메르스 전파의 '숙주'로 인식됐던 한국식 병문안 문화가 바뀌고 있다.
대형병원마다 메르스 사태 이후 응급실 방문자 제한에 나서고 있으며 병문안도 지정된 면회시간에만 허용하는 등 '시장통'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병원 풍경이 두 달 만에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출입증에 대부분 출입문 폐쇄
7일 오후 남구 영남대병원 응급실. 응급실을 오가는 사람들의 목에는 하나같이 A4용지 절반 정도 크기의 출입증이 걸려 있었다. 이 병원이 환자 1명당 보호자 1명만 응급실을 드나들 수 있는 조치를 시행하면서 출입증이 있어야만 응급실을 오갈 수 있게 된 것이다.
5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은 응급실로 들어서려다 입구에 서 있던 경비업체 직원에게 제지당했다. 이 남성은 직원에게 "응급실에 있는 지인을 면회하기 위해 왔다"고 설명했지만 "출입증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다"는 대답을 듣고 돌아서야만 했다.
같은 날 대구가톨릭대병원. 병원으로 들어가는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열려 있는 출입문은 2곳뿐으로 면회객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대부분의 출입문을 폐쇄한 것이다. 출입문으로 들어서자 면회객 몇 명이 방명록을 쓰고 있었다. 이름과 연락처 등 간단한 인적사항을 기재해야만 환자를 면회할 수 있기 때문. 친구의 병문안을 왔다는 김모(56) 씨는 "확실히 메르스 이전과는 병원 분위기가 달라졌다. 면회시간을 20분 남기고 왔는데 간호사가 칼같이 면회시간이 끝났다고 알려주는 바람에 환자 얼굴을 잠깐 보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 감염이 대부분 병원 감염으로 밝혀지면서 미덕으로 여겨졌던 한국식 병문안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종합병원 관계자들은 "한국식 병문안 문화에 대해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문제점을 공유하고 있었지만 쉽게 개선하지 못했다"며 "메르스 사태 이후 병원마다 면회객이나 보호자가 출입증을 착용토록 하고 있으며 방명록에 인적사항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과 지자체, 면회객 및 보호자 통제 시스템 운영
언제든지 면회객들이 드나들 수 있었던 병동도 면회시간이 정해지고 있다.
경북대병원은 일반병동은 정오~오후 2시, 오후 6~8시로 정해진 면회시간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면회객들이 병동에 들어올 때 이름과 연락처 등 인적사항을 기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동산의료원 등 대부분 병원도 면회시간에만 면회객이 드나들 수 있게 제한하고 있다.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기존에도 면회시간은 제한돼 있었지만 사실상 지켜지지 않았다. 메르스 사태 이후 병원에서도 면회시간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고, 면회객들도 방명록 작성과 면회시간을 철저히 지켜주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 1명당 보호자 1명의 원칙을 고수하는 병원도 있다.
영남대병원은 현재 면회 허용 횟수를 일반 병실은 하루 2회, 중환자실은 하루 1회로 제한하는 한편, 응급실 환자 1명당 보호자 1명만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영남대병원 관계자는 "환자 1명당 1명의 보호자에게 출입증을 배부하고 이 출입증을 보여줘야만 응급실을 드나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르스 전파의 진원지였던 응급실 출입을 통제하는 시스템 도입도 추진되고 있다. 대구시는 지문인식이나 카드인식을 통해 허가받은 의료진과 보호자만 응급실을 출입할 수 있는 스마트 통제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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