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화가 이름 붙인 시립미술관 건립, 공감대 바탕해 추진해야

안동시가 서양화가 하종현의 이름을 딴 안동시립 하종현 미술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안동시는 지난해 10월 하 화백과 시립미술관을 짓기로 협약했다. 100억원의 사업비로 안동댐 인근에 건립, 하 화백의 작품 300여 점을 기증받아 전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안동 미술계는 '바람직한 안동 시립미술관 건립을 위한 안동미술협회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반대한다. 대책위는 시립미술관은 안동의 정체성과 역사성, 지역 미술인의 예술혼이 우선돼야 한다며 개인 이름을 딴 미술관 설립 불가 뜻을 밝혔다.

대구'경북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사업비와 운영비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개인 미술관을 짓기로 하면서 예술계의 반발을 부른 것은 세 번째다. 앞서 대구의 이우환 관련 미술관과 경주 박대성 미술관 사례가 있었다. 이우환 관련 미술관은 대구미술계의 치열한 논란 끝에 무산됐고, 박대성 미술관은 솔거 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러나 운영 방법 등의 문제로 진척은 지지부진하다. 이번 하종현 미술관 건립에 대한 반대도 앞선 두 곳의 명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방자치단체가 도시브랜드를 높이고, 문화 관광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얻으려고 미술관을 짓는 것은 충분히 시도해볼 만하다. 또한, 하 화백은 한국 화단의 원로이자 활발한 작품활동 등으로 명망이 높아 시장의 평가도 최상위권이다. 외견상으로는 큰 무리가 없는 셈이다. 그러나 개인 미술관처럼 보일 수 있는 이름까지 붙이는 시립미술관 건립이라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에 걸맞은 명분과 도시 브랜드 향상, 경제성, 장래성 등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술관은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가 부담하기에는 건립 비용이 많이 들고, 운영 방법과 운영비 부담 등 걸림돌이 많다. 일시적으로 반짝하다가 운영비 문제로 애물단지가 되는 시설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시립미술관이 꼭 필요하다면 지역에서 활동하는 미술가에 대한 배려도 충분해야 한다.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일 때는 더욱 그렇다. 안동 시립미술관은 폭넓은 여론을 수렴하고, 시민의 공감대를 얻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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