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영남은 낙동강을 경계로 좌도와 우도로 나뉘었다. 조선조 두 지역과 영남을 대표한 인물이 퇴계 이황(1501∼1570)과 남명 조식(1501~1572)이다. 이들의 삶은 대조적이다. 특히 관직(세상)에 나아가고 물러나거나 머무는 '출처관'(出處觀)이 그랬다.
퇴계는 37년 관직생활 중 20여 차례 진퇴를 거듭했다. 남명은 10여 차례 관직 제수를 모두 마다했다. 이른바 출처의 명분이 달랐기 때문이다. 퇴계의 출처관은 '나아가기는 어렵고 물러나기는 쉽다'(難進易退)로 표현한다. 남명은 '구차하게 따르지 않고 구차하게 침묵하지 않는다'(不苟從不苟默)는 믿음이다.
두 학자의 극명한 삶처럼 대구의 두 정치인 출처가 관심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최고위원과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주인공이다. 경북 상주가 고향인 김 전 최고위원과 경북 영천 출생인 김 전 도지사는 1950년대 생(生)에 경북고 동문이다. 몸담았던 당을 옮긴 전력도 있다. 경기도에서 김 전 최고위원은 국회의원 3선을, 김 전 지사는 의원 및 경기도지사를 재선했다. 그런데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대구에서 맞설 입장이다. 물론 김 전 지사가 수성갑 지구당 위원장이 됐을 때다.
그런데 두 사람이 무대를 대구로 옮긴 이유 즉 대구 진입 '출처관'은 다르다. 김 전 최고위원은 지역대결의 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특정 당 위주의 텃밭 같은 대구에서 새 정치 역사를 쓰려는 신념이 출처관이다. 2012년 4월 19대 총선과 지난해 대구시장에도 나선 이유다. 패했지만 의미 있는 평가를 받았다. 김 전 도지사는 전 지구당위원장의 요청과 '정치를 잘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으로 대구 진출을 결심했다. 확연히 다른 출처관이다.
다른 출처관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역민의 심정은 안타깝고 답답하다. 정치 대결이 이뤄지면 한 사람은 긴 인고(忍苦)의 세월을 보내야 한다. 대구의 유권자로서는 괴로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본지 창간 기념 여론조사에서 지역 오피니언 리더의 54%가 김 전 지사의 수성갑 출마를 반대했다. 찬성(18%)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이들의 의견이 지역 유권자의 의견일 수는 없다. 하지만 대구 전체를 바라보고 생각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임은 분명할 것이다. 정치인은 민심을 잘 읽고 감각이 남다르다. 이번 여론조사에는 두 정치인을 아끼는 마음이 드러나 있으리라. 이런 대구시민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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