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승민 사퇴 이후…대구경북 정치 지형도 급변

내년 공천권 확보 저울질 '유승민 사단' 거취 고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사퇴하면서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의 내년 총선 기상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원내대표 경선 당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힘을 실어준 대구 초선 의원들의 향후 움직임도 주목된다. 덩달아 이번 '유승민 거취 정국'을 승리로 끝내는 데 일조한 친박계 의원들의 지분 상승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구심점 잃은 '유-키즈'

유승민 거취 정국을 가장 곤혹스러워했던 대구의 '유승민 사단'은 향후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아버지(청와대)와 어머니(유 전 원내대표) 간 싸움을 봐야 했던 아이가 아버지의 승리 뒤 어수선해진 집안에서 아버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머니를 따라나설 수도 없다. 어머니만 그리워하다간 내년 총선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

일단 대구경북의 유승민 사단은 큰 파고가 지나간 뒤 수습국면의 당 내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숨죽이고 있다. 그러면서 대구경북의 민심 읽기에도 애를 쓰고 있다.

사퇴 이후 '유승민 대망론'이 회자되고 한 여론조사에서 여권 차기후보군 지지도에서 2위로 김무성 대표를 턱밑까지 추격하는 결과까지 나온 터라 그의 향후 행보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내심 그의 화려한 '컴백'을 기다리지만 급속하게 바뀐 당내 흐름을 거스르기는 쉽지 않다.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장우영 교수는 "현역 의원들의 가장 큰 욕망은 공천이다. 권력 의지가 강한 박 대통령은 여당 공천에 직간접적으로 강하게 개입할 것이기 때문에 대구 의원들이 현 권력에 기대는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 전 원내대표가 8일 밤 원내대표직을 던진 후 측근들과 만찬에서 "내년 총선에서 다들 잘돼서 남기를 바란다"고 했던 말은 이런 국면을 함축, '유승민 사단'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친박'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한 초선 의원은 "그가 추구했던 신보수 등 정치 신념을 좋아했다. 그래서 그의 사퇴는 너무 안타깝다. 우리의 정치 수준이 나아지려면 계파 간 힘겨루기가 아닌 정책 개발, 민의를 살피는 따뜻함이 모여야 한다. 청와대와 보조를 맞춰 이를 실현하는 게 더 중요해졌다"고 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대구 의원의 기본 전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이다. 그래서 친박이나 친유승민이니 하며 계파 분류를 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의원들이 많다"며 "유 전 원내대표를 지지한 것도 지역 선배 정치인을 도우면 국정 운영과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젠 당이 계파를 희석시키며 화합을 이끌고, 공천도 계파가 아닌 역량과 능력을 평가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 힘 확인한 친박

지역의 친박계 국회의원들은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를 '차악(次惡)의 선택'으로 규정하고 차기 총선을 향해 달리고 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재차 확인된 만큼 좌고우면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지역민들을 상대로 한 박근혜 마케팅도 더욱 강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지역의 한 친박계 의원은 "능력 있는 지역 정치 유망주가 시련을 맞은 것은 사실이지만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역민들의 마음도 헤아려야 한다"며 "유 전 원내대표의 금의환향과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동시에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주류와 전면전을 치른 친박계의 최대 관심은 김무성 대표 체제에서 친박계가 차기 공천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다. 지역 친박계 의원의 경우 새누리당 공천과 박근혜 대통령의 지원이 합쳐지면 대구경북에서의 승리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관건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어떻게 변화하느냐다. 집권 후반기 권력누수 현상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은 부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친박계 의원들은 대구경북에서만큼은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공천권 확보를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대구경북 친박계 의원들의 경우 차기 총선에서 '박근혜정부의 성공' '퇴임 후 박근혜 대통령 지키기' 등의 캐치프레이즈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박근혜 마케팅만으로도 승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이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유광준 기자 june@msnet.co.kr,

황수영 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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