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창업의 요람으로] <상>대구에 둥지 튼 C랩 2기들

대구시·삼성 멘토링 받을 18개 팀 "잡스 신화에 도전"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달 1일 창업기업 대표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해외 진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시 제공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달 1일 창업기업 대표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해외 진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시 제공

창조경제의 '꽃'은 창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을 겸비한 청년들이 그 주인공이다. 대구는 올해 6월 전국 최초로 창조경제혁신센터 C(크리에이티브)랩 1기를 배출하면서 명실공히 대한민국 창업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했다. 배낭 하나 짊어진 청년들이 한국판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를 꿈꾸며 대구로 몰려오고 있다.

이달 1일 입주식을 마친 C랩 2기 18개 팀은 이미 6일부터 10일까지 삼성연수원에서 집중 교육을 받으며 창업 열의를 불태우고 있다. 이들은 이달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 상주하면서 기술 멘토링과 시제품 제작 및 판로개척 지원, 투자 유치까지 맞춤형 지원을 받는다. C랩 2기들의 각오를 들어봤다.

◆대구에서 창업의 꿈을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 로봇 개발 기업인 ㈜아이오티봇은 도시 지하나 건물 틈새 등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곳을 다니며 재해 위험을 사전에 탐지하는 로봇을 창업 아이템으로 잡았다. 사람 머리만 한 크기의 이 로봇은 카메라와 각종 감지 센서가 달린 원격 조종 방식으로 작동한다. 로봇이 다니는 공간의 영상과 소리뿐 아니라 온도와 진동, 방사능 수치 등의 각종 정보를 관리자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이를 수시로 가동하면 대형 사고를 예방하고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다.

박병강 아이오티봇 대표는 과거 위성 DMB, 와이브로 등 IT 관련 국책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그가 경기도 안산 U-시티(유비쿼터스 시티) 사업에 참여할 당시 많은 기술자가 IT 기술을 구조'구난 때 사용하자고 제안했었다. 하지만 누구도 재난을 사전에 예방하자는 제안이 없자, '능동형 재난 감시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박 대표는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들은 부품 조달, 시제품 제작, 마케팅 등 단계별 목적에 맞게 돈을 쓰거나 투자받아야 하는데, 자칫 무작정 투자금만 찾게 돼 불필요한 유혹에 빠질 수 있다"며 "C랩에서는 멘토와 투자자 등 제삼자에게 사업 방식과 제품의 개선점을 평가받을 수 있고, 꼭 필요한 인적 네트워크도 구축할 수 있어 지원하게 됐다"고 각오를 밝혔다.

㈜재미컴퍼니는 저작권 보호 기반의 온라인 음악 공급서비스를 만들고자 C랩에 입주했다. 이 업체는 국내외 음악가들이 자사 서비스인 '재미 뮤직'에 음원을 올리면 저작권을 동시에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유통 대 창작 수익을 7대 3으로 해 창작자들의 저작권 가치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국내 음원 스트리밍(온라인 실시간 재생) 산업은 멜론과 지니 같은 유통사가 저작권자보다 10배 이상 많은 수익을 얻는 구조다. 업체에 따르면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신인 창작자는 저작물 도용을 걱정할 필요 없이 쉽고 저렴하게 음원을 공개할 수 있으며, 기존 유명 음악가들과 쌍방향 소통도 할 수 있다.

유명 스트리밍사인 벅스뮤직의 창립 멤버였던 이 업체 안신영 대표는 "삼성 같은 확실한 멘토로부터 사업성을 인정받으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후에도 다른 거대 유통사들과 경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 C랩에 입주했다"고 했다. 그는 "스타트업의 경영에 개입하던 기존 벤처투자자들과 달리 대구시와 삼성이 지원하는 C랩은 스타트업의 사업 주제를 존중하며 단점을 다듬어 준다. 여기에 자금 지원까지 해 주니 스타트업에게는 이만한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을 창업의 멘토로

페이퍼토이(종이인형) 제작 업체인 ㈜삼쩜일사는 손수 만들고 커스터마이징(개인화)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 접목 종이인형'을 창업 아이템으로 내세웠다. 지난해 6월 창업한 이 업체는 제품의 창의성을 인정받아 올해 초 대구스마트벤처창업학교 지원을 받기도 했다. 스마트폰 앱을 조작하면 종이 인형에 부착한 전자회로에 신호가 전달돼 전구의 불을 켜거나 스피커에서 소리를 내는 제품을 고안했다. 올해에는 바닥에 그은 선을 따라 움직이거나, 장애물을 피해 이동하는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 업체 채덕병 대표는 제품 양산 절차를 배우고자 C랩에 지원했다. 낱개의 제품을 만들어본 적은 있지만, 판매용 제품은 대량 생산해야 하다 보니 재료 수급, 금형 제작, 부품 생산 등의 절차는 물론이고, 완성품을 유통업체 및 완구점 등에 납품하거나 홍보하는 데도 익숙지 않다.

채 대표는 "앞으로는 놀이용 완구뿐 아니라 초등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래밍 교보재용 제품도 만들 계획이다. 혼자서는 이런 계획을 쉽게 실현할 수 없을 것 같아 전문가들의 도움을 구하러 왔다"며 "삼성에도 유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 만큼 이와 연계하거나 이 분야 전문가의 조언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아트쉐어는 말 그대로 '예술을 공유하는' 업체다. 이 업체는 국내 신예 미술학도들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 미술가의 작품으로 장식한 2만원대 스마트폰 케이스를 제작'판매하고 있다.

작가에게는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해 작품 활동을 지속하도록 돕고, 소비자는 어렵게만 느끼던 미술 작품에 한층 친근함을 느끼게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는 목표다. 주로 자사 홈페이지나 오픈마켓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대학 때 순수미술 분야를 전공한 이 업체 정지혜 대표는 '소수 예술을 다수 대중에게 전하려면 사업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 C랩에 입주했다. 정 대표는 "스타트업에는 자본금 지원뿐 아니라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적 네트워크가 꼭 필요한 투자"라고 말했다. 그는 "차기 제품을 위해 섬유 가공 공장과 협업하기를 절실히 원하던 상황이었는데, 섬유도시인 대구에서 이 같은 기회가 와 놓칠 수 없었다. 각종 법률과 저작권 관련 지식을 익히며 성장할 수 있게 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최병고 기자 cbg@msnet.co.kr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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