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병구의 서울생활, 어떻습니까?]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

"유커 공략·저비용 항공사 확충…대구공항 등 2곳 흑자 전환"

▷1954년 경주시(옛 월성군) 안강읍 안강4리 출생 ▷경주 계림초
▷1954년 경주시(옛 월성군) 안강읍 안강4리 출생 ▷경주 계림초'경주중, 대구 대륜고 졸업 ▷영남대 행정학과 졸업 ▷동국대 경찰행정학 석사 ▷경찰 간부후보 27기 ▷인천 연수경찰서장'서울 수서경찰서장 ▷경찰청 도쿄주재관'경무기획국장 ▷경찰종합학교장 ▷경북경찰청장'대구경찰청장'서울경찰청장 ▷주 오사카 총영사 ▷한국공항공사 사장

경찰인 아버지의 뒤를 이어 경찰이 되고파 전투경찰에 지원했고, 아버지가 경위로 퇴직한 해 간부 후보 출신 경위로 경찰에 입문했다. 김석기(60)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일본 경찰대학, 오사카 영사와 도쿄주재관 등 7년간 일본의 선진 경찰 시스템을 공부한 뒤 범죄 피해자 보호 및 지원제도를 국내에 첫 도입하는 등 '일본통'으로 불렸다. 국민들과 친근한 경찰상의 단초가 된 경찰 마스코트를 고안한 '포돌이 아빠'이기도 하다.

2009년 경찰청장 지명자로 청문회를 준비하던 중 서울 용산 철거 현장의 불행한 화재 참사로 사퇴한 그는 이제 낙하산의 오명을 씻고 공기업 CEO로 거듭났다. 노동조합의 반대로 10일간 취임식조차 하지 못했던 그가 1년 만에 노조의 꽃다발을 안았고, 최근 공기업 경영평가 1위를 달성하며 기염을 토했다.

김 사장으로부터 경찰 30년의 경험담과 한국공항공사의 발전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공사 사장 임명 당시 열흘 동안 취임식도 못 했는데.

▶1년 8개월 전이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낙하산'이라며 출근을 저지하는 바람에 열흘간 취임식을 하지 못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임시 집무실에 야전침대를 깔고 밤새 일했다. 노조와 각을 세우기보다 대화를 통해 진정성을 갖고 설득했다. 얕은수를 쓰거나 거짓 없이 정공법을 쓰면서 노조와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노조는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고 나를 인정해줬고, 1주년 때 꽃다발까지 안겨줬다.

-공사 노조가 인정할 만한 계기는.

▶소통을 통한 조직 관리와 인사 형평성 확립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소통에 관심을 쏟았다. 공사 직원 1천800명 중 산속에 근무하는 무선표지소 직원 등 일부는 자기 업무 외에 조직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CEO나 임원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조직의 미래 비전이 무엇인지 등을 제대로 알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취임 직후 직원들과의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도록 'CEO 전자우체통'을 만들었다. 공사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한 일방적 지시나 알림이 아니라 직원 개개인과 전자우편을 주고받음으로써 의견 개진과 전달, 여론 수렴 등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했다.

CEO 우체통을 통해 가장 먼저 보낸 편지 내용이 '인사'였다. 인사 불만이 무엇인지,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왜 내가 승진해야 하는지 등등의 의견을 받아보니 인사 방향이 눈에 들어왔다. 기술직이 행정직보다 홀대받는다는 지적에 인사실장을 아예 기술직으로 발탁했다. 보수적 분위기상 여성 직원들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측면을 고려해 공사 설립 이후 최초로 대구와 청주 지사장을 여성으로 등용했다. 멀리 떨어져 근무하는 부부 사원들의 고충을 감안해 희망자에 한해 같은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했다.

-그동안의 성과라면.

▶리더는 조직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공항공사가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한 미래 비전을 설정하고 연구한 끝에 지난해 공항공사법을 바꾸는 큰 성과를 냈다.

공사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공항까지 관리'운영할 수 있도록 영업 영역을 넓히고, 항공 조종사를 양성하고, 공동급유 등 국내 저가 항공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 등을 골자로 한다.

이로써 내년부터 전북 무안과 경북 울진에 조종사훈련센터를 설립해 조종사 양성에 나설 계획이다. 또 저가 항공사에 대한 공동 급유와 정비도 준비하고 있다.

-공사가 운영하는 14개 공항의 적자 누적이 심각한데.

▶김포, 김해, 제주 외 11개 지방공항은 KTX, 고속도로 개통 등으로 승객이 크게 줄어 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하지만 공항의 효율적 운영을 통해 지난해 620억원을 초과하던 적자 폭을 500억원대로 낮췄다.

특히 올해는 11개 공항 중 2개를 흑자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미 대구와 청주가 흑자로 전환됐다. 공교롭게 여성지사장이 있는 공항이다.

-2개 공항이 흑자로 돌아선 요인은.

▶유커 유인책, 저비용 항공사 확충, 항공기 이착륙 시간대 확장 등이다. 지난해 지방공항 활성화 정책으로 중국 관광객을 상당히 유치했다. 제주도 무비자 출입에다 지난해 제주도를 통해 대구와 청주공항을 경유하면 5일 동안 무비자가 가능하도록 법무부에 건의해 이를 관철시켰다. 김해 외에 대구, 청주, 무안, 양양 등 4개 공항을 추가로 무비자 환승 공항으로 지정해 효과를 보고 있다.

저비용 항공사가 신규 노선을 만들거나 기존 노선 편수를 늘릴 경우 3년치 공항 이용료를 면제하거나 이용료의 50%를 줄여줬으며, 항공기 이착륙 시간을 오전 6시 이후 오후 10시 이전에서 오전 5시 이후 자정 이전까지로 늘린 것도 효과를 봤다.

-경찰 재직 중 보람 있었던 적은.

▶경찰 30년 중 7년간 일본에 있었다. 일본 경찰대학(6개월)을 졸업한 뒤 오사카 영사, 도쿄주재관 등을 지내면서 경찰 선진화 방안을 많이 고안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경찰청 경무국장 시절 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호 시스템을 처음 도입했다. 경찰조직에서 '포돌이 아빠'로 불리는 것도 뿌듯하다. 일본 유학 시절 일본 경찰이 마스코트를 통해 국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는 것에서 착안했다. 경찰 마스코트 1호는 사실상 '연폴'이다. 1997년 인천 연수경찰서장 시절 만들어 주민들에게 인기를 얻었고, 수서경찰서장으로 옮긴 뒤에는 2호라고 할 수 있는 '수폴'을 만들었다. 당시 이무영 서울경찰청장에게 서울경찰청 마스코트를 제안해 만든 것이 '포돌이'였는데, 이 청장이 경찰청장으로 옮기면서 전체 경찰의 마스코트가 됐다. 내가 포돌이를 고안했고, 캐릭터는 만화가 이현세 씨가 그렸다.

포돌이는 국민의 목소리를 잘 듣고 눈을 크게 떠서 어둡고 위험한 곳을 지키며, 국민들에게 친절하고 공정한 법 집행을 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그래서 포돌이의 귀와 눈이 크고, 웃는 모습에다 가슴에는 천칭을 그려놓았다.

-경찰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때는.

▶서울경찰청장 시절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 대응할 때가 힘들었다. 3개월간 밤을 새우며 불법 폭력 시위에 대처했다.

용산 사태가 가장 고통스러웠다. 법과 원칙을 지키는 정당한 법 집행이었지만, 인명피해가 생겨 불행하고 가슴 아픈 일이었다.

김병구 기자 kbg@msnet.co.kr

◇"대구-日간사이·유럽 공항 연결 경주를 세계적 역사관광도시로"

"고향 경주가 세계적인 '역사문화 관광도시'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석기 사장은 "어릴 때 경주는 특별한 도시, 자랑스러운 고향이었다"며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여행 1번지가 경주였는데, 지금은 그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사장은 경주가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글로벌 환경 조성 ▷세계적 관광상품 개발 ▷국가 차원의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대구공항과 일본 간사이공항을 연결해 경주, 대구와 일본 오사카, 교토, 나라 등지 문화관광 교류가 원활하도록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김해나 남부권 신공항을 통한 유럽 노선 신설도 검토해볼 만하다"며 글로벌 관광환경 조성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또 "경주와 외국의 역사문화도시를 함께 묶는 글로벌 관광상품도 고려할 만하다"며 "예를 들면 연간 1천만 명이 찾는 천년 수도 경주와 1천200년 일본 수도로 연간 5천만 명이 찾는 교토를 연계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했다.

김 사장은 천년 수도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보문단지를 조성했듯이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경주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문화의 본류가 한국이라는 점에서 경주의 역사문화를 잘 보존하고 복원하면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일제 만행 사과한 日교육계 인사와 오사카총영사 시절 '특별한 인연'

김석기 사장은 오사카총영사 시절 일본 교육계 인사와 잊지 못할 인연을 맺었다.

지벤학원 설립자인 고 후지타 데루키오 이사장은 일제 36년 만행에 대한 사과의 한 표시로 1975년부터 매년 와카야마와 나라의 재단 소속 중'고생 500여 명씩을 이끌고 한국에 수학여행을 왔다. 신라'백제의 수도와 서울을 거쳐 일본으로 돌아가는 코스다. 후지타 이사장은 목표로 한 36년을 채우지 못한 채 2009년 12월 타계했지만, 그의 아들이 뒤를 이어 지난 5월 41년째 수학여행단을 이끌고 방문했다. 올해까지 연인원 2만1천여 명. 지난해 세월호 사고 직후 부산항에 도착한 수학여행단은 팽목항 방향을 바라보며 묵념을 했다.

김 사장은 "총영사 시절 후지타 이사장이 수학여행단의 안전을 위해 경찰 에스코트를 요청했는데, 단순한 수학여행이 아니라 특별한 의미를 갖는 행사라는 점을 경찰청에 설명해 에스코트가 가능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지벤학원 설립자에 이어 그의 아들과 인연을 잇고 있는 그는 "한일관계가 호전되지 않고 있는 때일수록 한일 간 문화'역사교류가 필요하다"며 "신라와 백제, 조선의 문화를 거쳐 가는 지벤학원의 수학여행이 50년, 100년을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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