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 여의도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예약자 명단은 늘 빼곡하다. 근데 눈에 띄는 게 있다. '○○회' '△△모임' 등 다양한 이름의 단체예약이 많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보좌진, 국회 직원, 기자 등 국회에 둥지를 튼 사람들은 적어도 이런 모임을 몇 개씩은 갖고 있다. 아마도 개인의 모임 숫자만 따졌을 때 국회 사람들이 최고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여의도는 무리짓기가 일상화돼 있다.
가장 흔한 게 동창, 고향 모임이다. 동창은 초'중'고'대학은 물론 대학원까지 세분화되고, 고향 역시 태어나지는 않았더라도 잠시 머물렀던 곳이면 문을 두드릴 수 있다. 부모의 고향을 내세워 가입 자격을 얻기도 한다.
어디 이뿐이랴. 나이가 같아서, 같은 동네에 살아서, 사무실이 같은 층에 있어서, 이름이 같아서 등 갖가지 이유로 뭉친다. 정말 기발하다 싶을 정도다.
활동도 왕성하다. 정기모임은 한 달을 넘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시로 '번개'(즉흥적 만남)도 이뤄지는 데, 참석률은 꽤 높다. 다양한 연령층, 각기 다른 직업군이 뒤섞이니 재미도 있고, 여러 이야기도 주고받게 된다.
국회에 소모임이 활발한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대한민국의 정보가 집결되는 곳이다 보니 국회 사람들에겐 정보는 곧 능력이 된다. 내 것 하나를 내놓으면, 여럿을 얻을 수 있으니 효과 면에선 만점이다. 하지만 어중이떠중이, 아무와는 나눌 수 없는 법. 그래서 동질감이란 공통분모로 뭉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모임이 무질서하게 유지되진 않는다. 들어가고 나가고를 강제하진 않으나 그 속엔 룰이 있고 품격(?)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도 있다. 나름 의리도 지킨다.
국회의원들이 모인 정당을 이런 모임에 비교하면 억지겠으나 어찌 보면 정당도 주의나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기 위해, 또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고자 모인 단체이며 무리다. 개인의 친목 단체가 아니어서 이들은 세상을 바꿔보라고 국회로 입성시켜준 민의에 다가가고자 힘을 쏟아야 한다.
법과 원칙, 정의를 요구받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번 '유승민 정국'에서 보인 새누리당은 그렇지 못했다. 힘의 논리로 원칙마저 파괴했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국회법개정안을 재의표결 불참여로 폐기시킨 데 이어 논란의 책임을 물어 원내대표를 퇴진시켰다.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한 원내대표를 대통령 의중을 짚어 물러나게 했다. 정당사상 처음이다. 이 무리엔 '동지'는 없고 '동업자'만 득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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