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인사이드 아웃

뇌·감정·이성…어려운 과학, 이렇게 재미있다니

#기쁨·슬픔·버럭·까칠·소심

#머릿속 다섯 감정 캐릭터

#성장·환경 따른 변화 설명

#성인 관객도 충분히 만족

애니메이션의 명가 '픽사 스튜디오'에서 또 한 편의 역작을 내놓았다. 1986년 애플을 떠나게 된 스티브 잡스에 의해 루카스 필름에서 독립하여 만든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픽사 스튜디오는 '토이 스토리'(1995)부터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라따뚜이' '업' 등 매번 놀라웠다. 픽사 창립 30주년, '토이 스토리' 20주년이 된 올해 '인사이드 아웃'으로 사람들을 또다시 깜짝 놀라게 한다.

어렵기만 한 '뇌 과학' 이론을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스토리텔링에 녹여 내다니, 현대 과학과 대중문화가 만나서 만들어내는 최상의 결과물이다. 어린이 주인공에 어린이가 타깃 관객층인 애니메이션이지만, 픽사의 여느 작품들처럼 이번에도 어른들이 즐기기에 충분하다. 성장하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아이들의 감정의 상태가 눈앞에서 그려지니 이 작품으로 인해 우리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영화를 보는 동안 나의 그 시절이 겹쳐지며, 당시 민감하게 반응하던 무수한 감정의 결들 역시 이해하게 된다.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감정컨트롤본부가 있다. 그곳에서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등 다섯 감정의 캐릭터들이 모여서 불철주야 일한다. 다섯 감정의 캐릭터 중 어떤 캐릭터가 감정컨트롤본부를 장악하고 있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성격이 결정된다.

라일리라는 예쁜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기쁨이는 라일리가 행복한 아이가 되길 바라며, 나머지 감정 캐릭터들을 조화롭게 통솔한다. 미네소타의 한적한 동네에서 아이스하키를 좋아하며, 친구와 우정을 나누고, 가족과 행복하게 생활하던 11살 라일리에게 커다란 위기가 찾아온다. 바로 대도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를 하게 된 것. 좁고 낡은 집은 아직 가구를 들여놓지 않아 휑하고, 학교 친구들은 낯설다. 기쁨이는 부쩍 기운이 세진 슬픔이를 다독이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라일리를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그러던 와중 컨트롤타워에 보관된 핵심기억을 보호하려다 기쁨이와 슬픔이가 기억 섬으로 빨려 들어가는 사고가 일어난다. 그리하여 라일리의 마음속에 변화가 찾아오고, 컨트롤본부에 버럭, 까칠, 소심 캐릭터만 남게 된 소녀는 완전히 달라져 간다. 우정은 깨지고, 아이스하키를 하기 어려워지며, 엉뚱한 장난을 개발하던 유머러스한 라일리는 우울해져 간다. 어마어마한 기억의 저장고에 빠져버린 기쁨과 슬픔이 본부로 돌아가는 길은 험난해 보이기만 한다. 기쁨과 슬픔이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면 라일리는 거칠고 어두운 사람으로 남게 될 것이다.

무의식과 감정에 인격을 부여했다. 라일리의 머릿속에 사는 다섯 감정 캐릭터는 누구 하나 우열 없이 필요한 존재들이다. 슬픔이 있어서 기쁨이 더 살아난다. 까칠이는 사람을 멋쟁이로 만들어주고, 소심이가 있기에 위험을 피해갈 수 있다. 버럭이 없다면 위기상황을 돌파해 내지 못할 것이다. 한 사람의 뇌는 하나의 우주다. 11살 소녀의 감정은 거대한 우주가 질서를 이루며 존재하는 것처럼 조화롭게 흘러간다.

꿈을 꾸거나, 상상의 존재를 만드는 과정이 스펙터클하게 펼쳐진다. 알록달록 기억하고 싶은 좋은 기억의 저장고 저 아래에는 음침한 공간이 있다. 무의식의 공간이다. 사람 각자가 자신에게 있어 중요도를 가지는 요소들을 모아모아 섬들을 만들어 예쁘게 꾸미는 과정에서 그 사람의 인격이 개성적으로 형성된다. 다섯 개의 감정들이 우리의 이성적 사고와 일상생활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유익하게 형상화하는 '인사이드 아웃'은 인지과학연구의 성과를 꼼꼼하게 반영한 일종의 감정사용 설명서이다.

이제 머릿속을 뒤집어 볼 수 있게 되었다. 11살을 살아가고 있는 어린이들, 아이들의 변화에 공감하고 싶은 어른, 뇌 과학에 관심이 많은 관객, 스펙터클한 모험을 원하는 관객 모두를 만족시킬 것이다. '인사이드 아웃'은 우리의 주름진 뇌를 여행하는 신비롭고도 진기한 모험이다.

영화평론가·용인대 영화영상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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