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개통 100년을 맞은 파나마 운하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것으로 총연장이 82㎞다. 수에즈 운하와 더불어 세계 토목사에서 기념비적 공사인 파나마 운하는 1881년 2월 기공식을 갖고 대장정에 돌입했다. 하지만 운하 건설을 주창한 프랑스 공학자 페르디낭 드 레셉스 등 유럽의 기술자들은 현지인들이 치명적인 질병에 대해 경고했음에도 곧이듣지 않았다. 운하 반대론자들이 꾸며낸 말이라고 의심했기 때문이다.
공사가 시작되자 인부들이 죽어나갔다. 산사태 등 사고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가 부지기수였고 열대 풍토병으로 수천 명이 죽었다. 당시 인부들의 숙소에는 방충망도 없었다. 이 때문에 모기로 인한 말라리아나 황열병이 창궐했다. 프랑스식 생활문화도 질병을 부추겼다. 프랑스 기술자들은 주거지에 정원을 만들고 개미로부터 조경수를 보호한다며 도랑을 파 물을 채웠다. 질병에 대한 인간의 오만과 무지가 빚은 비극이다.
당시 70대 노인이던 레셉스도 공사 시작 5년 만에 목숨을 잃었다. 대역사는 결국 실패로 끝나고 투자자들은 30억달러의 거금을 낭비했다. 건설을 지휘한 알렉상드르 에펠 등 공사 주도자들은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 했다. 파나마 운하는 결국 주도권을 쥔 미국의 손에 의해 1914년 8월 완성됐다. 만일 현지인의 말을 귀담아듣고 만반의 대비를 했다면 역사의 주인공이 되었을 것이다.
메르스에 이어 이번에는 홍콩독감 경계령이 내려졌다. 1968~69년에 대 유행해 전 세계에서 100만 명(추정치)이 사망한 계절 인플루엔자인 홍콩독감이 최근 다시 고개를 들자 보건당국이 여행객 입국검사를 강화하는 등 초비상이다. 올해 초 홍콩을 휩쓴 홍콩독감은 최근 주춤하다 6월 중순 이후 다시 유행해 한 달 새 61명이 숨졌다. 올해 홍콩독감에 의한 사망자는 모두 563명이다. 홍콩독감은 메르스와 달리 예방백신이 있지만 공기로 전파돼 감염력이 매우 높다. 메르스의 1천 배라는 말도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늘 우리를 위협한다. 에볼라나 메르스처럼 먼 나라 이야기로 치부했다가는 당하기 십상이다. 신종 인플루엔자 등 수많은 감염병이 들끓는데도 메르스 사태 때처럼 대비책 없이 허둥댄다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도 시간문제다. 의학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면 바이러스는 결코 박멸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극복할 대상이다. 따라서 이 싸움에서 이기려면 그만큼 방패가 튼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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