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겨우 450원만"-"8.1%씩이나" 勞도使도 "임금 탓에 생존 막막"

주 40시간 기준 월급 126만원…내년 인상안 사업장마다 불만

내년 최저임금 시급이 6천30원으로 결정됐다. 5천580원인 올해에 비해 450원(8.1%)이 올랐다. 그러나 노동계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며 최저임금 인상 폭에 반발하고 있고, 근로자 측도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절박함을 외면하면 안 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근로자위원 불참 속 최저임금 결정

결정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9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 최저임금 인상안을 의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공익위원이 전날 제시한 인상안(5천940~6천120원)을 놓고 표결에 들어갔다. 전체 위원 27명 중 공익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등 18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근로자위원 9명은 인상 폭에 반발하며 전원 불참했다. 참석자 18명 중 16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15명이 찬성, 1명이 반대했다. 최저임금 의결을 위해서는 전체 위원 과반 투표에 참여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이 오르는 저임금 근로자는 26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인상률은 8.1%로 8년 만의 최고치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 40시간 사업장 기준으로 126만270원인 셈이다.

2010년 이후 연도별 최저임금 인상률은 2.75%(2010년), 5.1%(2011년), 6.0%(2012년), 6.1%(2013년), 7.2%(2014년), 7.1%(2015년) 등이었다.(표 참조)

당초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79.2% 오른 시급 1만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고,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최저임금 협상은 법정 타결 기한인 지난달 29일을 넘겼다. 이달 3일 열린 회의에서는 근로자위원들이 8천400원, 사용자위원들이 5천610원을 수정안으로 제시했다. 8일 회의에서는 2차 수정안(8천200원'5천645원)에 이어 각각 8천100원, 5천715원의 3차 수정안을 내놓았다.

양측은 더 이상 차이를 좁히지 못해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 5천940원∼6천120원을 제시했으나 근로자위원들이 이에 반발해 11차 회의에서 퇴장한 데 이어 이날 12차 회의까지 불참했다. 결국, 심의촉진구간의 중간인 6천30원으로 확정됐다. 이날 의결된 내년도 최저임금은 20일간 노사 이의제기 기간을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이 8월 5일까지 확정'고시한다.

◆노사 모두 반발 '왜'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지역 노동계는 물론 경영계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9일 성명서를 내고 "그동안 사측은 저임금 노동자들을 착취해 어마어마한 이득을 획득했지만 최저임금 인상을 저지했다"며 "이번 임금협상에서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했지만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은 노동자와 민중의 기대를 외면했다"고 비난했다.

또 이날 오후 1시 민노총 대구본부는 1시 대구경영자총협회 건물 앞에서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규탄 집회를 열었다. 민노총 측은 "700만 저임금 노동자들이 빈곤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한국의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방법뿐이다"며 "하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은 6천원대 수준의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등 노동계와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역시 9일 성명을 통해 "시급이 6천30원일 경우 하루 8시간 주 40시간 근무하는 노동자라면 유급주휴수당을 포함해 월 126만270원을 받게 된다. 이는 한국노총이 발표한 단신가구 표준생계비 217만원의 58% 수준"이라며 "노동자가 가족을 부양하며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고 성토했다.

더구나 양대 노총이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인상 투쟁과 대정부 투쟁을 병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지역 노동계도 적극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달 13일과 15일 예정된 한국노총과 민노총의 총파업에 지역 사업장의 참여가 늘어날 예정이다. 한국노총 대구본부 관계자는 "13일 총파업에 지역의 240여 개 가입 사업장 가운데 절반 이상이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만큼 지역 경영계도 내년도 최저임금의 인상률이 높다는 입장이다. 자동차부품과 기계부품 업계의 상당수가 대'중견기업의 협력업체로 종업원 10명 내외의 영세 기업이기 때문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나처럼 5명 미만의 종업원을 두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직원들 최저임금 맞춰준다고 올해 이익도 거의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올해 최저임금도 큰 폭으로 오르더니 내년도 임금은 더 많이 올라 당장 회사 경영이 걱정이다"고 말했다.

대구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8.1%의 인상은 지역 기업들에게는 '경영 위기'라 볼 수 있다"며 "올해 메르스 때문에 지역의 식당과 소기업들은 적자를 보고 있는 판인데 과연 내년도 최저임금을 맞출 수 있겠느냐"고 했다.

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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