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사퇴로 집권당 지도부에서 대구경북 인사가 사라졌다. 박근혜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이었던 대구경북이 변방으로 밀릴 위기다. 국정운영에 지역의 입장을 반영할 통로 확보가 시급하다. 특히 이대로 가다간 내년 총선 국면에서 지역 정치판이 중앙정치 논리에 휘둘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대구경북 정치력 위기
여당 지도부에서 대구경북출신 정치인을 찾을 수가 없다.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은 부산, 서청원'김태호'이인제'김을동'이정현 최고위원은 각각 충청'경남'충청'서울'호남 출신이다.
중앙당 5역 가운데 대구경북 출신 인사는 없다. 이한구 전국위원회의장, 권은희 대변인, 권오을 인재영입위원장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하지만 당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유 원내대표 사퇴로 중앙정치 무대에서 지역의 목소리가 사라질 위기다. 내각 및 주요 정부직 인사에서 지역 출신 인사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지역민의 여론을 챙겼던 정치권에서마저 구심점을 상실했다.
경북의 한 중진의원은 "지역의원들의 의중을 하나로 모아 당의 의사결정에 반영했던 유 원내대표가 자리를 내놓음에 따라 지역 정치인들이 구심점을 잃었다"며 "지역민들의 박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당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총선 정국에서 휘둘릴 게 뻔해
대구경북이 정치력 회복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차기 총선에서 지역 정계가 중앙 논리에 휘둘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른바 '대구경북은 아무나 출마해도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지 않느냐'는 중앙 정치권의 인식이 실제 공천에 반영될 경우 '지역 정치'가 실종될 수 있다. 더욱이 당내 계파 간 지분 나눠 먹기 방식으로 공천이 이뤄지게 되면 지역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진용 갖추기는 요원한 일이 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지역발전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정치권의 세대교체와 신인 발굴이 이뤄져야 한다"며 "당 지도부에서 이 같은 조율을 할 수 있는 지역 정치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의 내홍에 지역의 정치력 부재까지 겹치면서 차기 총선에서 야당의 선전을 전망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여당이 계파 갈등으로 지리멸렬한 틈을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 홍의락 의원 등이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목소리 반영할 방안 찾아야
가장 근접한 대안은 최경환 경제부총리다. 국회의원 3선의 경륜에 정부의 경제사령탑까지 거친 풍부한 경험이 강점이다. 누구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위원의 정치 활동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보이고 있어 언제 정치 활동을 재개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더욱이 유 전 원내대표를 찍어낸 친박계의 좌장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최 부총리가 달리고 당에서는 유 전 원내대표가 날개를 펼치는 그림이었는데 어떤 이유에서건 이제는 한쪽을 잃었다"며 "최 부총리의 역할이 바뀐다고 해도 동력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차기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주호영 의원이 유 전 원내대표의 바통을 이어받는 방안도 있다. 주 의원이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만큼 당청 관계 회복에 적임인데다 동료의원들로부터 평판도 나쁘지 않아 당과 지역의 이익을 아우를 수 있다는 평가다.
주 의원의 원내대표직 승계가 무산될 경우 김무성 대표에게 결단을 촉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초 김 대표는 당직 인선을 고민하면서 유 전 원내대표의 건재를 전제로 지역 안배를 고려했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지면 대구경북 역시 지역 안배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유광준 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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