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개미 조직 vs 노는 개미 낀 집단 "생존은 후자"…『죽도록 일만 하다 갈거야?』

죽도록 일만 하다 갈거야?/이케다 기요히코 지음/ 김현영 옮김/ 올댓북스 펴냄

'너무 애쓰면서 살지 말자.'

'열심히 산다고 누구나 성공하는 것도,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죽도록 일만 하느라 오늘의 행복을 놓치지는 말자.'

돈을 많이 벌어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그렇기 때문에 죽도록 공부하고 죽도록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는 오늘날 이런 주장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말 그럴까.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의 동쪽을 덮친 대지진과 지진 해일은 2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고, 원자력발전소 사고라는 끔찍한 후유증을 남겼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과 어쩔 수 없이 피난 생활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들조차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부채투성이 나라를 천재지변인 지진 해일과 인재지변인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덮치면서 사람들은 이전에는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삼중고에 헐떡이고 있다."

물론 저자가 살고 있는 일본의 이야기다. 하지만 유치원부터 학원 과외하며 온갖 고생 끝에 그럴듯한 대학 간판을 달았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어도 치솟는 아파트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월급쟁이들이 득실득실한 세상, 빚을 내어 겨우 아파트를 장만했지만 평생 그 빚더미에서 헤어나기 쉽지 않은 우리 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에서 보듯이, 이제 더 이상 국가가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임이 분명해졌다.

저자는 강조한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자연재해와 질병, 사고, 갑작스러운 실직 등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대에, 불투명한 미래를 위해 오늘의 행복을 희생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더 이상 남들의 시선이나 사회가 강요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죽어라고 일만 하며 버티지는 말자고. 느리더라도, 낭비하는 것 같더라도 돈(일)과 나이, 자녀, 건강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나다운, 나만의 인생을 살자는 주장이다.

저자 이케다 기요히코는 현재 일본 와세다 대학교 국제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전공분야는 이론 생물학과 구조주의 생물학이다. 전공지식을 활용해 저자는 '게으름' '노는 것'이 결국은 그 사회에 유익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일하는 개미만 있는 집단'과 '일하는 개미와 노는 개미가 섞여 있는 집단'이 존재한다고 했을 때, 위기가 닥치면 살아남는 집단은 후자라는 것이다. 효율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전자는 낭비 없는 최강의 집단이다. 그러나 이는 조직으로서의 여유나 성장의 여지가 없음을 뜻하기도 한다. 어쨌든 일만 하는 개미 집단 구성원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최선을 다할 테니 말이다. 바로 이런 이유 탓에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예측불허의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

저자는 이 밖에도 모든 지식의 기본이 되는 교양(과목)의 중요성과 취미생활의 의미, 자녀교육, 부모를 모시는 문제, 죽음에 대한 생각 등 인생 전반에서 부딪치게 되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 보이지 않고, 늘 시간이 부족하고 지쳐 있는 우리들에게 '인생은 단념의 연속'이며, '행복만 하기에도 짧은 인생'이라는 소중한 지혜를 전해준다.

저자는 맺는말에서 "나는 이 책을 통해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부정하려던 것이 아니다. 우리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산다.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부지런히 노력하는 사람'과 '게을러서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을 평등하게 다루지 않는다. 또한 적절한 경쟁은 사회에 발전을 가져오기도 한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최근에는 '열심히 해라'라는 가치관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이에 비해 '적당히' '쉬엄쉬엄' '느긋하게' '만끽하면서'와 같은 가치는 업신여기기 일쑤다. 정의와 노력만 넘쳐나는 세상은 너무 팍팍해서 살기 괴롭다"고 말한다. 216쪽, 1만2천원.

석민 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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