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 대두!' '나, 대머리!' 편견은 노, 우린 당당합니다!

하정우
하정우
숀 코너리
숀 코너리

"대머리와 대두는 죄인인가?"

대머리와 대두가 어느샌가 사회적 조롱거리가 됐다. 미혼 여성들 사이에선 '얼굴은 좀 못 생겨도 되지만 대머리만 아니면 된다'는 결혼 절대조건까지 내걸릴 정도다. 수치심을 줄 정도의 각종 별명이 신조어로 등장하면서, 이들에겐 마음에 상처를 줄 정도다. 편견에 우는 이들에게 상처를 덧씌우는 분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나쁜 편견은 빨리 깨는 것이 좋다. 죄인도 아닌데 사회적 조롱거리가 된 대머리와 대두의 아픔을 치유하자.

◆대머리'대두 조롱하는 별명들

대머리에겐 '빛나리' '문어' '민대가리' '중' 등의 별명이 절로 붙고, 대두에게는 '대갈장군' '덴마크' '코펜하겐'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덴마크'는 머리가 '댄마이'(아주, 매우를 뜻하는 속어) 크다는 뜻이며, '코펜하겐'은 덴마크 중에서도 수도에 해당하는 수뇌부(대두 중의 왕대두)를 의미한다.

대두는 주로 유전에 의한 경우가 많으며, 대머리는 부모'조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선천적 요인(DNA)에 더해 스트레스 등 후천적 환경요인이 작용한다. 일부러 머리를 크게 하고, 탈모를 진행시킬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당사자들은 억울하기도 하지만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두 번 울게 된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크다. '대머리들의 구세주'로 불리는 모발이식수술의 대가,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 김정철 교수는 "모발이식수술은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이미지와 인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며 "대머리를 지나치게 비하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우리 사회에서 퇴출시켜야 할 편견"이라고 조언했다.

◆대머리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자

영화 '올드보이'의 주연 배우인 최민식은 출연 동기에 대한 인터뷰에서 '대머리 살인' 때문이라고 했다. 최민식은 "대머리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이 가발을 장난으로 벗긴 친구를 살해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요. 얼마나 수치스러웠으면 그랬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마음을 다치는 일 중엔 정말 별것이 아닌 게 많은데, 그런 감정을 극대화하면 감정이입을 못할 일도 없죠"라고 덧붙였다.

대머리로 인한 사건'사고도 많았다. 서울 석촌 호수 인근 포장마차에서 인터넷 동호회 회원들끼리 술을 마시다가, 가발을 쓰고 있던 한 회원이 대머리라고 놀리던 다른 회원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 가해자는 "여성 회원들 앞에서 가발을 벗기는 바람에 수치심을 느껴, 끔찍한 살인을 저질렀다"고 했다. 당시 이 사건을 접하고 탈모증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이 대머리 살인범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비슷한 사건은 또 있었다. 자신을 '대머리+뚱뚱이'라고 놀리는 중학교 동창을 살해해달라고 400만원을 주고 청부살해를 의뢰한 것. 다행히 살해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의뢰자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에 처해졌다.

대머리로 인해 스트레스를 경험했던 이항곤(가명'공무원) 씨는 "여성들과 함께 있을 때, 대머리라고 놀리면 수치심을 많이 느끼게 된다"며 "하지만 중요한 것은 놀림을 당할 때, 자신의 감정을 잘 제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가발을 쓰고 다녔던 이 씨는 50대에 접어들면서는 아예 당당하게 대머리임을 밝히고 다닌다.

◆요즘은 소두가 대세, 그럼 대두는?

요즘은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소두가 대세다. 여배우 박보영은 컬투쇼에 나와 대두인 정찬우'김태균 사이에서 소두임을 입증하는 컷을 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네티즌들은 "머리 크기가 3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 같다"고 반응해 웃음을 자아냈다. 대세인 미남미녀 연예인들도 대부분 소두다. 머리가 크면 일단 큰 웃음을 준 후에 잘 생겼는지, 못 생겼는지를 판가름하는 분위기다.

한류스타로 우뚝 선 전지현, 김수현, 이정재, 조인성, 원빈, 현빈 등도 공통적으로 두상이 작다. 가수 아이유 등 아이돌 가수들도 하나같이 머리가 작은 것이 특징이다. TV화면에 머리가 작아야 잘 잡히기 때문에 방송계에서는 대두인지 소두인지가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대두 연예인들도 당당하다. 영화배우로는 대표 '덴마크'인 하정우와 오달수는 머리가 큰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컬투 정찬우'김태균 역시 자신들의 큰 머리로 인해 소두인 상대 연예인을 더 빛나게 해줘, 함께 사진 찍고 싶은 연예인으로 각광받고 있다. '빛나리' 홍석천도 머리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 자연조명으로 상대를 더 환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스스로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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