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나이가 든다는 것은 아름답다

그리스의 7대 현인 중 한 사람인 솔론(BC 638~558)은 늙은 나이에 집정관을 하면서 빚 때문에 노예가 된 빈민들을 구제하기 위해서 빈민층의 채무를 가볍게 하는 법을 제정했다. 그 뒤에 권력을 잡은 피시스트라토스란 인물이 솔론이 정한 법을 폐기하고 독재를 시도하자 그에 맞서 어떤 젊은이들보다도 더욱 적극적으로 싸움을 벌인다. 피시스트라토스가 "나이 먹은 노인이 뭘 믿고 그렇게 당당하게 반대하느냐?"고 묻자, 그는 "노년에 의지하여"라는 말을 남긴다.

그의 말 속에는 이제는 삶을 바르게 판단할 나이가 되었고, 삶에 집착하지 않을 나이가 되었고,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할, 정의를 위해 헌신할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답다'는 말을 많이 한다. 아름다움은 특별한 기준이 아니라 저마다 독특하게 가지고 있는 탁월한 성품과 일치하게 되면 아름다운 것이다. 젊은 사람은 젊은 사람다워야 아름답다. 젊은 사람이 꿈과 열정이 없고, 안주하려는 경향과 도전의식이 없다면 아름답다고 할 수가 없다. 이것처럼 늙어감은 분명 젊은이들이 가질 수 없는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다소 이른 나이라 할 수 있는 30대 후반에 역사와 전통이 있는 교회에 담임목사로 부임하였다. 젊다는 것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위치와 역할에 맞는 나이를 요구할 때도 있다. 당연히 나이에 맞지 않는 언행을 해야 하는 어색함과 번거로움이 있었다.

다소 웃기는 이야기지만 보통은 하얀 머리를 검게 염색하는 것이 정상인데, 이발소에서 검은 머리를 희게 염색하는 방법을 묻기도 한 시절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요즘은 오히려 흰 머리가 너무 많아 걱정해야 하는 시간이 찾아왔다. 그러나 요즘 나이 들어가는 슬픔보다는 참 편하고 당당하고 행복하다. 늙어감은 젊은이들이 가질 수 없는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는 것 같다. 세상을 관조할 수 있고 지혜와 넉넉함으로 세상을 바라보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어떤 경우도 깨지지 않는 자족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감사, 억지나 가식이 통하지 않는 나이이기에 있는 그대로 진실되게 가식 없이 살아야 하기에 늙음은 아름다운 것이다.

최근에 반가운 것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뿐만 아니라 심지어 화장품 모델들도 젊고 어리고 예쁜 모델들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환갑이 훨씬 넘은 이탈리아의 여배우 이사벨라 로셀리니(1952년생)가 명품 불가리의 메인 모델로 등장했고, 한국에도 백화점이나 화장품 모델로 50대를 등장시키고 있다. 그들의 공통된 아름다움은 세월의 무게를 당당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한국 사회는 노인이 된다는 사실을 거부하려는 몸부림이 너무 심하고 애처로울 정도로 일어나고 있다. 너무도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시각만이 팽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세월을 먹는다는 것은 내 삶에 아름다움을 한 꺼풀 덧입는 것이다. 성경의 출애굽과 가나안 정복 역사에 나오는 갈렙이란 인물은 나이 80이 넘어 정복 전쟁에 나설 때 다른 이들은 쉽고 편하게 갈 수 있는 평지를 가려고 했지만 그는 중차대한 사명 앞에 "이 산지(=어렵고 힘들며 험한 길)를 내게 달라"고 했다. 얼마나 멋지고 당당하고 아름다운가. 늙음은 아름다울 수 있다. 아니 참 아름답다!

장창수 대명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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