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조희팔. 10년도 더 지난 사건이지만 아직도 신문 지상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람이다. 건국 이래 최대 사기 사건의 주인공. 죽었다고는 하지만 죽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더 많이 떠돌아다니는 '귀신 같은' 인물이다. 사건 관련 피해액은 2조원을 넘는다. 피해자 숫자는 2만4천 명. 그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곁가지 사건에서도 수백억원이 왔다갔다 하는 정도다. 조희팔 사건의 전말을 되짚어 본다.
▷건국 이래 최대 사기, 조희팔 어떻게 사기 쳤나
금융 다단계 사기 사건인 '조희팔 사건'은 2004년 11월 대구에 본사를 둔 BMC라는 의료기구 임대 사업체에서 시작됐다.
이 업체의 회장이 조희팔이다. 조 씨는 투자자로부터 돈을 끌어모아 골반교정기, 안마기, 가요반주기 등을 산 뒤 이를 임대해 수익금을 돌려준다는 이른바 '임대 마케팅'을 시작했다. 조 씨는 대구를 거점으로 경북, 부산, 경남은 물론이고 충청도와 경기도, 서울, 인천 등에 이르기까지 금융 사기 그물망을 깔았다. 전국적으로 15개 법인과 50여 개 센터를 설치해 삽시간에 투자자 5만여 명을 끌어들였다.
조 씨의 피라미드식 금융 사기 수법은 교묘했다. 과거 대규모 다단계 사기 사건이 황당무계한 고소득을 약속하며 투자자의 일확천금 심리를 노렸다면 이들은 저금리 시대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불법 다단계 사업이라는 점을 철저히 감추는 대신'저금리 시대 재테크 사업'이라고 포장해 투자자를 모았다. 은행 이자의 7, 8배 수준인 연리 35%를 확정금리로 주겠다는 미끼를 내걸었다. 최소 투자 단위는 440만원이었다. 투자자가 이 돈을 내고 의료기를 사면 조희팔 일당의 회사에서 이를 찜질방 등에 임대해 매일 3만5천원씩 이자를 지급해주면서 8개월 만에 원리금 581만원을 챙길 수 있다고 선전했다.
실제 매일 수익금이 통장에 들어오는 것을 본 투자자들은 사기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한 피해자는 "여타 다단계 사기 업체처럼 직접 상품 구매를 강요하거나 사재기를 조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돈만 끌어들인 뒤 이자를 쳐주는 방식이어서 안심했고, 원리금을 재투자까지 했다"고 전했다. 투자자 대부분은 가족, 친지, 친구들에게까지 안심하고 투자할 것을 권유할 정도였다. 순식간에 전국 조직망을 갖춘 금융 피라미드 구조가 완성된 배경이다. 하지만 의료기를 찜질방 등에 임대해 투자자에게 연리 35%를 지속해서 보장해 줄 수는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 씨는 애초 의료기 임대 사업이라는 선전을 슬그머니 내리고 아파트 리모델링, 재개발 사업 등 부동산에 투자해 확정금리를 보장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조 씨와 핵심 측근들은 2008년 들어 임대 수익금 지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회사의 전산시스템을 돌려 수익금 지급이 어려워지는 시기를 예측한 뒤 그해 10월 말 대구 본사에 있는 전산망을 파기하고 돈을 챙겨 도주했다. 국내에 숨어 있던 조 씨는 동해안과 서해 화성지역 등 몇 가지 밀항 루트를 사전 기획했고 2008년 12월 9일 3번째 시도 끝에 태안 마검포항에서 밀항에 성공했다.
조 씨는 2011년 12월 19일 자로 중국에서 사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확실하지 않다. 유족들이 조 씨의 장례 동영상을 촬영했고, 경찰이 화장된 유골의 DNA를 확인해 사망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감식 불가로 판단났다. 검찰은 조 씨 사건과 관련 피해액이 2조5천억원에 이르며 피해자도 2만4천여 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lc156@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