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 단락 인문학] 모모의 시간을 찾아서

"시간을 아끼는 사이에 실제로는 전혀 다른 것을 아끼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아무도 자신의 삶이 점점 빈곤해지고, 획일화되고, 차가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중략) 하지만 시간은 삶이며, 삶은 가슴 속에 깃들어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시간을 아끼면 아낄수록 가진 것이 점점 줄어들었다."(소설 '모모' 중에서)

'모모'에서는 시간을 뺏는 회색신사가 등장합니다. 이들은 사람들에게서 빼앗은 시간을 먹고사는 존재로 끊임없이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시간을 아낄 것을 요구하지요. 여자 친구에게 꽃을 사다주는 시간, 손님들에게 이야기하는 시간 등은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색신사들은 이를 비난하면서, 그들의 성공을 위해서는 오직 일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남는 시간을 저축해야 미래에 더 유익하게 쓸 수 있다는 말로 사람들을 꾀어내고 그 후 시간에 치여 사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책의 곳곳에 나와 있습니다.

참으로 끔찍합니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바로 시간저축 은행의 회색신사가 우리 곁에 없음에도 우리와 우리 아이들은 대부분 진짜 현실에서 이렇게 산다는 것입니다. 항상 공부하느라 바쁘고, 입시경쟁에 치여서 바쁘고, 일하느라 바빠서 더 이상 삶의 여유와 따뜻함을 즐길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입니다.

"시계만 갖고는 아무 소용이 없어. 시계를 볼 줄도 알아야지."

"가슴으로 느끼지 않은 시간은 모두 없어져 버리지."

우리는 시간을 가지고 있지만 가슴으로 느껴지지 않는 시간의 연속과 반복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바쁘기는 한데 왜 바쁜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삶이 더 나아지거나 행복하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정말로 잘 산다는 것은 모모처럼 가슴으로 느끼는 시간 '지금'을 제대로 사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그 '지금'을 쉽게 놓치고 있습니다. 지나간 과거와 미래에만 집착하여 내 삶을 고갈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자신과 아이들에게 의도적인 '잠시 멈춤'을 허락해야 합니다. 잠시 멈추어선 시간에 우리는 그동안 경험한 것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또 그 경험들을 더 잘 이해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지침으로 삼고 있는지 가슴으로 확인함으로써 더욱 크게 성장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멈춤은 끝이 아닙니다. 다시 나아가기 위한 시작입니다.

문다정 동본리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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