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돌 눈앞에 둔 다음 달 초 방북
김정은 제1위원장과 만남에 큰 의미
남북 최고 당국자 의중 서로에게 전달
7년여 꽉 막힌 관계, 개선 마중물 기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8월 5일 평양을 방문한다.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인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은 이달 6일 '북측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개성에서 실무접촉을 갖고 항공 편을 이용한 3박 4일 방북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여사는 당초 육로 방문을 추진해 왔다. 이 여사의 방북은 지난해 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친서를 보내 김정일 국방위원장 3주기에 조화를 보낸 데 대해 사의를 표하면서 추진돼 왔다.
애초 이 여사의 방북은 올봄으로 예상됐었다. '좋은 계절'에 방북하길 바란다는 김 제1위원장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봄 악화한 남북관계가 행보를 늦췄다. 이 여사의 평양행이 주목받는 것은 남북 간 강대강(强對强)의 대결구도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뤄진다는 점에서다. 가장 어려운 때 이 여사의 방북이 이뤄진다는 것은 대단히 역설적이지만, 의미가 있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현재까지 7년여 꽉 막힌 남북관계다. 이 여사 방북은 남북관계 개선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 이 여사의 방북은 남북관계 개선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이 여사 방북은 곧 김 제1위원장과의 만남을 전제로 한다. 김 제1위원장이 직접 초청한 이 여사가 백화원초대소에 머무르며 어린이집과 묘향산만을 방문할 수는 없다고 본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두 사람의 만남이 남북 최고 책임자들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상호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박근혜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이 여사를 통해 김 제1위원장에게 전달되고, 김 제1위원장의 의중이 이 여사를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여사를 통해 남북 최고 당국자가 광복 70년을 맞아 남북한이 함께할 수 있는 공통의 의제를 교환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에 대한 의지가 상호 전달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토요일(11일) 중단 7년을 맞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불씨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박 대통령이 이 여사를 방북 전에 만나야 한다. 이로써 박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북측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 이 여사가 박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나 친서를 지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여사 방북이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되기 위한 조치로서 꼭 필요한 것이 바로 박 대통령과의 사전 면담이다.
또 하나 주목하는 것은 이 여사의 평양행 시점이다. 이 여사의 방북은 남북관계의 '골든타임'이라 할 수 있는 8'15 광복 70주년을 열흘 앞둔 시점에 이뤄지게 된다. 이 여사는 당초 7월 방북을 희망했다. 하지만, 꼬일 대로 꼬인 남북관계가 어느 정도 진정될 광복 70주년을 목전에 둔 8월 초에 방북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를 극대화하는 측면이 있다. 광복절 직전에 남북관계 반전의 보따리를 푸는 평양행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8월 15일 광복 70주년을 한 달여 앞둔 지금 시점에서 남북 당국은 남북관계가 악화할 수 있는 요소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지난 7월 8일 남측 언론의 보도 태도와 정부의 대북 정책 등을 꼬집으면서 이 여사의 방북 무산을 시사하기도 했다. 남측 정부의 대북 정책에 불신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길들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 여사의 방북이 성사되더라도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자신들이 장악하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이 여사 방북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정부 임기 내 내년 총선, 내후년 대선을 염두에 둔다면 남북관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는 시간은 올해 하반기가 전부라 할 수 있다. 최소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기반으로 남북관계가 풀려야 한다. 물리적으로 다음번 평양행이 어려울 수 있는 93세의 이 여사다. 이 여사의 방북이 마중물이 돼 남북관계의 물꼬가 터지길 기대한다.
김용현/동국대 교수·북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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