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게 지긋지긋할 때가 있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무감각하게, 양복점이나 영화관에
들어갈 때가 있다, 시원(始原)과 재의 물위를
떠다니는 펠트 백조처럼.
이발소의 냄새는 나를 소리쳐 울게 한다.
난 오직 돌이나 양털의 휴식을 원할 뿐,
다만 건물도, 정원도, 상품도, 안경도,
승강기도 눈에 띄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발이 내 손톱이 내 머리칼이
내 그림자가 꼴 보기 싫을 때가 있다.
산다는 게 지긋지긋할 때가 있다.
(……)
나는 차분히 산책을 한다. 두 눈을 뜨고, 구두를 신고,
분노하며, 망각을 벗 삼아,
걷는다. 사무실과 정형외과용 치료장구 점들을 가로지른다.
그리고 철사 줄에 옷이 널려있는 뜰을 지나친다.
팬티와 타올과 셔츠가 더러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다. (부분. 김현균 역)
오래전 (전문. 졸작 「매화를 읽다」)는 시를 쓴 적이 있다. '지긋지긋'이라는 말은 되씹을수록 묘한 느낌이 있다. 마치 꽈리를 씹을 때 이빨에 전해져 오는 그 뽀득뽀득한 느낌 같은.
그러나 '지긋지긋'이 반복되는 삶이란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지긋지긋'은 새로움이 오지 않는 반복의 반복. 노인들은 눈만 껌벅거리며 병원 침대에 누워 언제 죽느냐고 묻고, 반복되는 생활에 지친 중년들은 지하철에서 졸고 있고, 일자리가 없는 빈 주머니의 청년들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있다. 지긋지긋한 삶. 모든 익숙한 것들이 강철의 무게를 가지고 우리를 짓누른다. 뽀득뽀득한 느낌이 이제는 우리를 소름 돋게 한다.
1초의 수천억 배보다 짧은 시간에 우주는 무에서 탄생했고 1초의 수천억 배보다 짧은 시간 동안 우주는 아무런 무게를 가지지 않았다. 우주에 무게를 가져다준 것은 그 어떤 입자에 의한 것이라 한다. 지긋지긋이 앗아가 버린 이 삶의 가벼움에 지긋지긋이 아니라 지긋한 무게를 얹어줄 그 무엇은 무엇일까? 시간이 더러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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