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 컸지만 메르스 경험 활용 가능
분단 상황에 세균전 방심할 수 없어
복기 철저히 해서 최악 사태 대비를
북만주에 있는 독립운동유적지를 답사하느라 일주일가량 중국에 다녀왔다. 인천공항에서 흑룡강성 목단강까지 직항기가 있는 동방항공을 이용했는데 중국 정부의 메르스(MERS) 대처가 아주 엄격했다. 한국인 1명이 중국에서 메르스 환자로 밝혀지는 바람에 14억여원의 치료 비용을 들인 중국 보건당국은 원천 차단작전을 펼치느라 직접 비행기로 올라와서 전 탑승객에 대해 체온을 쟀다.
필자가 탄 기내에도 얼굴이 약간 붉고 미열이 있는 탑승객이 있었는데, 그 주변을 다 억류시키고 다시 열을 재고 일일이 행선지를 파악하고서야 보내주었다. 메르스는 대구공항도 덮쳤다. 최근 대구공항은 늘어난 탑승객으로 적자 폭을 대폭 줄여 지난해는 27억원 적자에 그쳤고, 올해 -5억원으로 선방하리라 목표를 잡았는데 메르스가 탑승객의 4분의 3을 날려버려 비상이 걸렸다. 다른 분야 역시 마찬가지로 메르스 피해는 상상 이상이다.
8월 초 종식될 것으로 보이는 메르스는 이미 우리 의료'검역진들에게 장악되고 있어 완전 종식은 시간문제다. 현재 확진자 20명 가운데 5명의 상태가 불안정하여 '종식 선언'이 며칠 더 늦어지고 당겨질 수는 있어도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희생은 컸지만 메르스가 갖는 역설적 의미는 크다.
우선 철저히 대비하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경기도 고양시 서남의대 명지병원 이꽃실 교수팀이 잘 보여주었다. 메르스로 인해 폐업하거나 영업 타격을 입는 병원이 대부분인데, 이 병원은 주가가 더 올라갔다. 메르스 환자 5명을 받아서 5명 완치 기록은 물론 의료진 감염도 없었다. 다른 환자들의 퇴원 소동도 없었다.
이 병원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치사율이 40%에 달하는 메르스 환자가 대거 나오자 부지불식간에 국내에도 상륙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신속대응팀을 꾸렸다. 의사(감염내과, 호흡기내과), 간호사(감염관리), 그리고 지원부서(행정직, 구급차운전자)를 포함한 80여 명으로 팀을 짜고, 환자 입원 시 매뉴얼뿐 아니라 방호복 입고 벗기와 심리전까지 대처했다.
방호복에 형광물질을 묻히고, 옷을 벗은 후 조금이라도 묻어 있으면 제대로 벗을 때까지 훈련했다. 평택성모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들어오자 일반 환자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위장막을 치고, 메르스 환자의 동선 뒤를 따라가며 바로 바이러스 사멸처리까지 완벽하게 했다.
두 번째는 그래도 아직까지 소명감을 갖고 헌신하는 국내 의료진들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민생은 뒷전이고, 온통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과는 다르게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면서도 헌신하는 간호사와 의료진, 구급차 기사 등을 발견한 것은 고맙고 또 희망적이다.
세 번째는 종전 보건사회부가 보건복지부로 바뀌면서 복지에 나라 정책의 중심(예산과 인력 시설)을 이동시키고 난 뒤 생겨난 보건 홀대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정부는 장기요양등급만 받으면 1인당 100만원 내외까지 지원하고 있다. 요양시설에 이용자가 50명만 되면 한 달에 국가에서 평균 5천만원가량을 지원받을 수 있으니 눈만 뜨면 요양시설이 생겨나는 것이다.
복지비용 누수를 막고, 감염병 관리 예산을 증대시키는 것을 고려해야 하며, 세종시 구석에 있는 질병관리본부가 분초를 다투는 감염병에 신속대응할 수 있을지도 재점검해봐야 한다.
무엇보다 메르스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 중의 하나는 감염병을 넘어서서 만에 하나라도 터질지 모를 세균전에 대한 대비책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복기 과정에서 삼성서울병원과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 못지않게 메르스 이후에는 감염병 차단 강국으로 우뚝 서기를 바란다. 그렇게만 된다면 메르스로 인한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 역설적 의미는 간직할 만하다. 될까?
심의실장 겸 특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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