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메르스 여파로 국내 관광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명승지 관광과 한국문화 체험은 물론, 싹쓸이 쇼핑과 성형수술까지 즐기며 '큰손'으로 군림했던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경상북도가 올해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리장성 프로젝트도 메르스라는 큰 암초를 만났다. 중국인 단체 관광 예약 취소 사태가 잇따랐고, 언제까지 이 여파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경북도는 물꼬를 돌려내고 있다. 최근 '포스트 메르스 관광 활성화 대책'을 수립하는 등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을 다시 돌리기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하는 중이다.
◆메르스에 등 돌린 중국인 관광객
메르스가 본격 확산된 지난달 국내 중국인 단체 관광객 숫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집계에 따르면 국내에 입국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 숫자는 지난해 6월의 경우, 58만5천31명에 이르렀지만, 지난달엔 26만5천295명으로 1년 만에 54.6%나 감소했다. 지난달 국내에 들어온 전체 외국인 입국자 숫자도 60만1천95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7만5천695명)에 비해 52.8% 급감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 숫자는 메르스 3차 감염이 최초 발생하고, 격리자가 1천 명을 넘어선 지난달부터 대폭 줄었다고 정부 관계자는 밝혔다. 올해 1~5월만 해도 국내에 들어온 중국인 단체 관광객 숫자는 275만6천165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215만7천149명) 보다 27.7%가량 많아 올해 중국인 관광객 700만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메르스 여파는 국내 관광지를 먹구름으로 뒤덮었다.
경북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북도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경주 보문단지의 주요 숙박지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예약 취소 사태가 잇따랐다. 이달 22일 열릴 예정인 서라벌 한중 청소년 문화교류를 위해 방한하기로 했던 중국 수학여행단 400명이 경주 방문을 취소했다.
또 6월 들어 중국 개별 관광객(FIT) 예약이 단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으며, 중국인 단체는 물론 관공서'기업 행사가 90% 이상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 관광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보다 올해 메르스 여파가 훨씬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7, 8월 관광 성수기를 맞아 언제까지 이런 흐름이 이어질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 덩달아 침울
메르스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우리나라 경기도 싸늘히 얼어붙었다. 6월 말 현재 메르스 때문에 방한을 취소한 외국 관광객은 14만여 명에 이른다. 그에 따른 관광수입 손실분도 1천2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적어도 8월까지는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HSBC투자은행은 이달부터 오는 8월까지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20% 정도 더 감소할 것이란 보고서를 내놨다. 반면 엔저 영향으로 일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최대 14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관광업계는 "한 번 바뀐 트렌드는 다시 되돌려놓기 어렵다"고 걱정하고 있다.
경북에도 소규모 영세 여행업체와 호텔 등 숙박업 중심으로 큰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달 기준으로 경주 보문단지 호텔 행사 취소율은 85%에 이른다. FIT 관광객의 주말 예약률은 예년 90%에서 지금은 40%로 떨어졌다. 6월에 울릉도 여행을 예약한 관광객 2만5천638명 중 1만4천143명이 취소하는 등 취소율이 55%에 이른다. 도내 관광지가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경북도 김일환 관광진흥과장은 "중화권 아웃바운드 여행사 예약이 대부분 취소됐거나 모객 중단 사태를 맞고 있다"면서 "문제는 성수기인 7, 8월에도 예약문의가 거의 없어 여행업계 경영악화가 우려된다"고 했다.
◆유커의 발길을 되돌리자
경북도는 최근 '포스트 메르스 관광 활성화 대책'을 수립했다. 메르스 이후 관광객 증가 및 조기정상화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관광산업 활성화 대응전략을 마련한 것이다.
우선 내'외국인 단체 관광객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를 대폭으로 올렸다. 얼어붙은 도내 관광시장 활성화를 위해 대대적인 현금 지원책을 편 것. 올 하반기 대규모 관광객 유치를 위해 단체 관광객을 모집하는 관광업계에 인센티브 명목으로 10억원을 지불한다.
이를 위해 도는 '단체 관광객 유치 인센티브제'를 전면 수정, 기존 외국인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는 여행사에만 제공하던 것을 내국인 단체 관광객 유치 여행사로 대상을 확대했다. 따라서 내국인 단체 관광객을 유치한 여행사도 도내 축제와 의료'체험 관광을 활용해 상품을 만들 경우 홍보비, 차임차비 등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도는 특히 체험 관광지 활성화를 위해 유료 관광지만 인정하던 지원 요건을 유료 관광지에 체험 관광지가 포함되면 인센티브를 추가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는 경주, 안동에만 집중되던 그동안의 관광객 방문 패턴에서 도내 곳곳으로 분산하기 위한 것이라고 도는 설명했다.
보문단지는 다음 달 31일까지 대대적인 세일에 들어갈 예정이다. 보문단지 내 숙박업체 및 주요 관광업체 등의 이용료와 제품가격을 확 낮추거나 무료입장까지 모색하고 있다.
또 8월 8일을 중국 관광의 날로 지정, 한중 관광교류 활성화에 나설 방침이다.
경북도 김장주 기획조정실장은 "8월 8일은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다. 이날 경주에서 중국인 관광의 날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여는 등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경상북도관광공사도 우리나라 최대 관광시장인 중화권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달 11일 홍콩 국제관광박람회에 참가해 약 9만여 명의 유커들을 대상으로 여름 휴가철 및 가을 관광 성수기에 대비해 경북관광 홍보활동을 펼쳤던 경북관광공사는 이어 지난달 26일부터 열린 중국 최대박람회인 베이징국제여유박람회에도 참가해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단풍여행 코스와 한옥체험, 템플스테이 등 전통문화체험이 있는 맞춤형 여행코스를 안내하고 돌아왔다.
김대유 경상북도관광공사 사장은 "중화권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어, 조만간 메르스를 넘어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경북으로 쏠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