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노후 걱정

최근 SNS에서 널리 전파되는 내용 중에서 '중산층의 기준'이란 것이 있다. 우리나라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한국 중산층의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온 중산층의 자격은 '부채(빚) 없는 아파트 30평 이상'을 소유하고, '월급여 500만원 이상'에, '자동차 2천cc급 중형차'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금액 잔고 1억원 이상' 보유에 '해외여행 1년에 한 차례 이상' 다니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인격이나 교양 및 신념 등의 요건에 무게를 둔 선진국의 경우와는 너무도 다른 점은 논외로 치더라도, 이 범위 안에 들지 못하는 직장인의 상실감이 클 듯하다. 더구나 20~30년 열심히 직장생활을 했지만, 정년을 앞둔 나이에도 중산층의 범주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의 처지는 차라리 치욕에 가깝다.

국민연금연구원이 만 50세 이상 가구원이 있는 전국 5천여 가구를 대상으로 시행한 국민 노후보장패널조사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노후에 '표준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부부 기준으로 225만원, 개인 기준으로 142만원의 적정 생활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노후의 '최저 생활'을 위한 비용으로 부부 기준 160만원에, 개인 기준으로는 99만원이 있어야 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여기서 '표준적인 생활'은 일상적인 여가'문화 활동이 가능한 정도의 수준을 의미했고, '최저 생활'의 기준은 기본적인 의식주만 해결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었다. 또한 표준적인 생활과 최저 생활의 경우 모두 '건강한 노년'을 전제로 한 것으로 의료비는 제외되었다. 그런데 조사대상 가구 중 80% 이상이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절반 이상이 노후의 독립적인 경제력이 없어 국민연금에 의지하는 것으로 응답했다고 한다.

게다가 퇴직금도 변변찮은 터에 자녀 학비 부담이 남아있고 혼사도 치러야 할 입장이라면 노후 걱정은 배가 될 수밖에 없다. 없는 집 제사 돌아오듯 하는 경조사비도 만만찮을 것이다. 학력이 높을수록, 대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할수록 노후생활에 대한 기대치는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중산층의 기준과 인생의 가치를 온통 집 평수와 좋은 차 등 물질적인 척도에만 두는 한국땅에서 '중산층 생활'과 '표준적 생활'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최저 생활'조차 벅찬 사람이 많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그늘이 그만큼 짙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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