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왜 버리나요(?).'
대구 남구 봉덕동의 한 빌라에 사는 A(55) 씨는 1년 내내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 앞집에 홀로 사는 이웃이 집 안에 재활용품, 쓰레기를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버리지는 않아 지독한 냄새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쓰레기 더미를 풀쩍 뛰어넘어 방으로 들어가야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 구청과 경찰에 신고했지만 이웃집 주민은 막무가내였다.
A씨는 "구청 직원, 경찰관을 데리고 가도 '내 물건이니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말뿐이다"며 "악취 때문에 여름만 되면 복도에 파리, 모기가 들끓어 살 수가 없지만 구청에서는 주인 동의 없이 집으로 들어갈 수 없어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한다"고 했다.
대구 일부 구청들이 집안에 쓰레기를 쌓아두는 이른바 저장강박증을 가진 주민들로 인한 민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저장강박증은 심리학적으로 어떤 물건이든 쉽게 버리지 못하고 곁에 있던 물건이 없어지면 불안감을 느끼는 증세다.
구청마다 저장강박증으로 인한 민원이 해마다 3~5건 이상 접수되며, 여름철만 되면 쓰레기에서 나는 악취와 벌레 때문에 주민들이 수없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집주인의 동의 없이 쓰레기를 치워주겠다고 들어가면 주거침입죄에 해당하고, 쓰레기라도 개인적으로 보관하기 위해 모은 것이라면 사유물로 봐 누구도 함부로 손댈 수 없다.
이 때문에 구청이 피해 주민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벌레, 곤충을 없애기 위한 방역이 전부다.
또 청결유지명령제도도 있지만 이는 마당, 대문 앞에 쌓아둔 쓰레기가 골목길 등을 침범해 공공장소를 더럽혔을 경우에만 내릴 수 있다.
대구 한 구청 관계자는 "연세가 많은 분 중 '세상에 버릴 것 하나 없다'며 길거리에 버려진 물건을 집으로 들고 와 모아 두는 경우도 많다"며 "겨우 동의를 구해 집을 치워놓더라도 꾸준히 심리 치료를 받지 않는 이상 이 같은 습관이 반복되기 때문에 몇 개월 지나면 또 그대로다"고 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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