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간 이식 수술 성적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중에서도 생체 부분 간 이식 수술은 그 증례 수에 있어서나 성공률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전체 간 이식 수술은 1천262례, 그중 뇌사자 간 이식은 404례, 생체 부분 간 이식 건수가 858례로 생체 이식이 뇌사자 간 이식의 두 배다.
뇌사자 장기 기증 건수를 보면 세계적으로 가장 빈도가 높은 나라인 스페인은 인구 100만 명당 35명이나 된다. 그 밖에 유럽 국가나 미국 등은 20~30명으로 우리나라의 8.4명에 비하면 서너 배에 이른다. 생체 이식에서 제공자 858명은 백척간두에 선 가족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자신의 간을 절반 이상 떼어주는 수술을 받았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연령대는 20~30세의 자녀들이다. 뇌사자 장기 기증이 서양 수준 즉 현재의 3, 4배까지 증가한다면 건강한 생체기증자의 희생 없이도 말기 간부전환자들의 생명을 모두 구할 수가 있다. 건강한 젊은이의 간을 반 이상 잘라내는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더 많은 부모들은 서서히 간이 나빠져 말기 간부전에 이른 자신이 더 오래 살기 위하여 자식의 간을 떼어 이식하는 데 손사래를 친다. 자식이 더 잘 살아가도록 돕기는커녕 자식을 희생시켜 자신이 더 오래 살겠다는 것은 당치 않은 소리라는 것이다. 제공자의 나이가 젊을수록 수술 예후는 좋지만 자식보다는 차라리 일심동체인 부부간에 이식이 이루어지는 것이 인간의 도리에 더 맞을지 모른다. 대부분의 이식센터에서는 제공자의 나이를 55세 이하로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의 한 이식센터에서 76세 아내가 한 살 연하의 남편에게 간을 제공해 성공적으로 이식한 후 3년이 지난 지금도 함께 손잡고 동네 노래교실에 나가 맨 앞자리에서 노래를 배우고 함께 댄스교실에도 간다.
수개월 전 수만 평의 농사를 짓는 40대 남편이 아내에게 자신의 간을 선뜻 내놓았다. 아내는 말기간부전과 황달로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태였다. 그는 수술 후에 그 많은 농사를 어떻게 감당해 낼 것인가에 관해서는 별로 고민을 하지 않는 듯했다. 간 이식 수술은 순조롭게 이뤄졌고, 남편은 한 달 만에 농사일을 할 수 있을 정도까지 회복됐다. 아내도 하루가 다르게 얼굴이 피어났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모내기 철 말고는 두 부부가 늘 함께 손을 잡고 진료실에 들어섰다. 오늘은 농사지은 맛있는 자두를 세 상자나 싣고 와 이식팀에 안겼다. 평소에도 금슬 좋은 부부다. 임을 떠나 보내고 혼자 살아가기보다는 자신의 간 절반 이상을 내어놓고도 태연히 남편과 정답게 팔짱 끼고 들어서는 아내. 부부의 모습은 아름답고도 숭고해 보였다.
강구정 계명대 동산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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