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전문건설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정국(가명'45) 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파일링(토목공사) 제작 업체에 전화를 건다. 몇 주 전 주문을 넣어놨지만 물량을 받으려면 최소한 석 달은 기다려야 한다는 연락을 받아서다. 김 씨는 "파일링을 받지 못해 아파트 터파기 공사에 차질이 생기면 원청 건설사의 공기가 계속해서 늦어져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했다.
종합건설사 대표 이수암(가명'55) 씨는 최근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공사비가 100억원이 넘는 대형 상가 공사를 따냈을 때만 해도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기분이었지만 계약을 맺은 뒤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달 말 계약을 한 뒤 철근 값이 며칠 사이 30%가량 뛴 탓이다. 이 씨는 "철근값이 t당 55만원에서 63만원까지 올랐다. 원자재값이 상승하기 전 시세로 공사 단가를 산정해 오른 자재값을 보전받지 못하면 공사를 하고도 밑지는 장사다"고 하소연했다.
전국적으로 아파트 분양 물량이 늘면서 건설 업계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자재 수급에 차질이 생기고 인력난까지 겹쳐 공기와 최초 공사비 견적을 맞추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건설 현장엔 자재난
최근 아파트 현장에는 기초 공사에 필요한 콘크리트 등 파일(기초공사) 물량이 부족해 비상이 걸렸다. 한 중견 건설사는 콘크리트 파일을 통상 협력업체 1, 2곳에서 납품받았으나 최근 전체 협력업체로 조달 창구를 확대했다. 회사 관계자는 "콘크리트 파일은 서울'경기지역의 경우 이미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고 지방도 바닥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주택 착공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부 자재 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고 했다.
그동안 저렴했던 철근값도 최근 들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강사들의 철근 재고량이 줄어들면서 대리점 유통가격이 4월 50만5천원에서 5월 51만5천원으로 올랐다. 이달 1일에는 60만원을 넘어섰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아파트 건설현장의 인건비가 뛰고 일부 현장은 인력 수급이 빠듯한 상황이다. 올해 하반기에도 분양 물량이 줄줄이 대기 중이어서 인력난'자재난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고 우려했다.
◆분양 시장엔 구인난
광고와 분양 시장은 인력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달성군 테크노폴리스를 중심으로 아파트 분양이 봇물을 이룬 데 이어 최근 우후죽순 지역주택조합 방식의 분양이 이뤄져 분양 현장에 필요한 분양상담사와 도우미 등의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분양팀은 전국적으로 움직이는 회사가 많아 전국의 아파트 분양이 많은 점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4월 이후 매월 5만∼6만 가구의 분양이 쏟아지고 있다.
한 분양 대행사 대표는 "통상 아파트 1천 가구 분양에 상담사 20명 정도가 투입되는데 이들 인력을 한꺼번에 모으려다 보니 보수를 달라는 대로 줄 수밖에 없다. 하루 일당도 지난해에 비해 2만~3만원 올랐다"고 했다. 견본주택의 꽃이라 불리는 도우미 몸값도 덩달아 올랐다. 작년까지는 말솜씨도 좋고 외모도 뛰어난 도우미를 선택해서 쓸 수 있었지만 요즘은 일손이 부족해 외모는 아예 안 본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광고기획사도 마찬가지. A 광고기획사 대표는 "몇 년 전만 해도 경력자들을 골라 채용할 수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대구에 아파트 분양이 많아지면서 10년 차 직원의 경우 최소 연봉 5천만원 이상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임상준 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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