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방지 기자가 되셨어요?"
대학생 때 학교에 특강을 하러 온 매일신문 기자가 있었다. 특강이 끝나고 편하게 술 마시는 자리에서 나는 그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지금은 회사 선배가 된 그는 서울에서 제법 괜찮은 대학을 나왔는데, 왜 서울이 아닌 지방지 기자를 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됐다. 그는 "서울에 본사를 둔 언론은 서울의 시선으로 지역을 바라본다. 비약이지만 지역 언론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서울에서는 지역에 사람이 있다는 생각도 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며 "나는 대구사람이고, 지역을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 지역 언론사에 입사했다"고 했다. 그의 대답을 듣기 전까지 나는 '서울 바라기'였다.
지난해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이 대구를 방문한 적 있다. 그날 나는 현장 취재를 갔다. 현장 취재를 마치고 북구의 한 성당에서 순례단과 인터뷰를 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도 도쿄에서 먼 곳에 원자력 발전소를 지었다. 원전이 그렇게 안전하면 서울에 원전을 지어라"며 "원전이 위험한 줄 아니까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짓는 것이고, 여기서 송전탑 문제도 촉발된 것이다"는 말을 들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전력소비량이 가장 많은 지역이 수도권이지만 원전 17기가 영남권 남동 임해지역에 있다.
이제 마지막 일화다. 나는 3월 말부터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 아들이 방송에 나온다고 모친은 친구들에게 자랑스레 말했는가 보다. 친구 아들이 출연하는 방송을 들었던 친구 분들은 모친에게 "준표 대구에 있기 아깝다. 서울로 보내야겠다"라는 식의 메시지를 보냈다. 내게 친구들의 반응을 전하는 모친의 말을 들으며 좋게 들어준 친구 분들의 마음씨가 고마운 한편으로 짜증도 났다. 마치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식의 생각이 고깝게 들렸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지방은 식민지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단 책이 출간됐다. 7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이 제목이 떠오르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지역난방공사 대구지사는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벙커C유를 LNG 연료로 교체하는 대신 기존의 10배 규모 열병합발전소를 신설하고자 검토 중이다. 지역난방공사 전국 17개 지사 가운데 중유를 사용하는 곳은 대구와 충북 청주 2곳뿐이다. 지난해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 반발이 거셌다. 발전 용량이 크면 그만큼 오염원 배출량이 늘어나는데도 결국 지역난방공사는 지역민의 뒤통수를 쳤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책을 낸 지 7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지역은 내부식민지로 수탈당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이 식민지에 사는지도, 수탈당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서울 바라기' 혹은 서울 중심의 사고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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