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청은 동인공영주차장 입구에 놓인 벤치를 없애기로 했다.
밤만 되면 비행 청소년, 취객이 벤치에 모여 앉아 떠드는 소음에다 이들이 버린 술병 등 각종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쏟아져 들어온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동구 신암동의 한 주택가에 있던 벤치 한 개도 철거됐다. 밤마다 술판을 벌이고 동네 사람들이 모여 떠들자 인근 주민들이 소음 공해로 잠자기 힘들다는 민원이 빗발쳤다. 동구청 관계자는 "벤치를 지키고자 몇 달간 '잡담을 하지 마세요'라고 적힌 푯말까지 설치했지만 효과가 없어 결국 철거했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이 여름철만 시작되면 '벤치'로 인한 민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벤치 민원은 동네 특성에 따라 양상도 천태만상이다. 시민들의 통행이 잦은 벤치에는 야간에 비행 청소년이 몰리거나 노숙인, 취객들의 사랑방이 돼 인근 주택에 사는 주민들이 철거를 요구하는 곳이 많다. 도심일수록 이 같은 민원은 더욱 심하다. 중구청 관계자는 "젊은층이 몰리는 도심 공원에 나무가 우거진 벤치는 밤만 되면 으슥해져 젊은층들이 낯 뜨거운 애정행각을 벌이는 사례가 많다"며 "지나가는 시민이나 주위 상인들이 항의 전화를 많이 한다"고 했다.
벤치에서 발생하는 소음 등으로 신고 전화가 오더라도 마땅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주민들끼리 나누는 대화 수준의 소음을 단속하기는 어렵고 연인들 간 애정표현도 사생활, 에티켓의 문제라 현행법으로 단속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구청들은 민원 최소화를 위해 벤치를 설치할 때 인근에 주택이 있다면 벤치 수를 줄이고 여러 명이 모일 수 없도록 벤치 간격을 띄우거나 팔걸이가 있는 벤치를 설치하는 등 각종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벤치를 더 설치해달라는 역민원도 있다.
주민 연령층이 높거나 아파트 대단지 등 주거밀집지역이 많은 남구나 달서구 등은 쉴 곳이 부족하다며 벤치를 추가로 설치해 달라는 요구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주택 밀집 지역, 노인 주거 비율이 높은 동네일수록 산책을 나오는 주민들이 많고, 조용히 쉴 만한 공간으로 벤치 설치를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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