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뽀] 상주 '살충제 사이다' 사건‥공성면 금계1일 마을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지" 주민들 혼란의 도가니

지난 14일 사이다를 마신 할머니 6명이 숨지거나 혼수 상태에 빠진 상주 공성면 금계1리 마을. 누군가 고의로 사이다에 살충제를 넣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평화로운 농촌 마을에는 살벌한 기운이 감돌았다. 고도현 기자
지난 14일 사이다를 마신 할머니 6명이 숨지거나 혼수 상태에 빠진 상주 공성면 금계1리 마을. 누군가 고의로 사이다에 살충제를 넣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평화로운 농촌 마을에는 살벌한 기운이 감돌았다. 고도현 기자

"사이다에 살충제가 들어 있다고요?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지. 우리 마을에 누가 그런 짓을 한단 말입니까?"

14일 발생한 상주 할머니 살충제 사이다 사고와 관련, 누군가 고의로 사이다병에 살충제를 넣었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찰이 주민 전체를 상대로 일대일 탐문수사에 들어갔다. 상주 공성면 금계1리의 평화로웠던 농촌 마을은 뒤숭숭하다 못해 혼란의 도가니에 빠졌다.

15일 오전 경찰차와 취재차량이 좁은 농로를 꽉 메우면서 오전 8시부터 상주경찰서 전 직원이 집집마다는 물론, 들판까지 뒤지며 농약병과 사이다 뚜껑 등을 대대적으로 수색하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할머니들이 모여 점당 10원짜리 고스톱판을 벌이며 웃음꽃을 피웠을 마을회관은 폴리스라인이 쳐진 채 경찰이 에워싸 살벌한 분위기였다.

옹기종기 모인 집 대다수가 대문을 굳게 닫아걸고 있었고 간혹 지나는 주민들은 모두 표정이 어두웠다. 개 짖는 소리만이 정적을 깨곤 했다.

주민들은 평생 처음 봤을 만큼 많은 수의 경찰이 마을 곳곳을 다니며 이웃 중에 혹시 있을지 모르는 '범인' 색출에 나서자 불안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기자의 질문뿐 아니라 경찰의 탐문 수사에도 주민들은 말을 아꼈다.

사고가 발생한 마을회관 바로 옆에 사는 김용순(78) 할머니는 이날 오전 숨진 정모(86) 할머니가 불쌍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김 할머니는 "혼자 살아온 정 할머니와 수십 년간 자매처럼 지내왔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고의로 그랬든 실수로 그랬든 사이다에 살충제를 넣은 사람을 빨리 잡아달라"고 했다.

할머니는 "초복이었던 13일 마을 주민 20여 명이 마을 회관에서 삼계탕을 해 먹고 사이다 등 음료수도 나눠 먹었다"며 "왜 남은 사이다에 그런 위험한 살충제가 들어 있었는지 알 수 없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마을주민은 "할아버지들은 마을회관에 거의 드나들지 않고 할머니 10여 명이 사실상 운영하고 사용해왔다"며 "마을회관 분위기가 좋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우리가 모르는 할머니들만 아는 갈등이 존재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니냐?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짓을 할 할머니는 우리 마을에 없다"고 했다.

이 마을에는 42가구, 8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경찰은 탐문 조사를 통해 마을회관을 이용하는 할머니들 사이에 다툼이 있었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지만 아직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상주 고도현 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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