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의 한 아파트는 지난달 말 동대표회의를 거쳐 올해 아파트 외부회계감사를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감사비용이 전년보다 최소 3배 이상 뛰면서 관리비 부담이 우려돼서다. 이에 따라 관리사무소는 회계감사 미실시 동의에 참여해 달라는 전단지를 아파트 곳곳에 부착했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올해부터 대규모 아파트의 외부회계감사가 의무화되면서 갑자기 비용이 뛰었다"며 "내부 감사를 꼼꼼히 하고 있는데 굳이 비싼 비용을 들여 받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대부분 주민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의 관리비 외부회계감사 의무화가 시행됐지만 일부 아파트들이 급격히 뛴 회계감사 비용에 항의하고 있어 제도가 겉돌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아파트 비리를 막기 위해 주택법을 개정, 올해부터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은 매년 10월 31일까지 외부감사를 받도록 했다. 지키지 않으면 1천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단 '주민 3분의 2가 동의하면 그해 외부감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단서조항이 있다.
6월 말 현재 아파트 관리비 외부감사 대상에 포함되는 300가구 이상의 대형 아파트는 전국 9천925곳이고, 그중 외부감사 계약을 맺은 곳은 500여 곳이 겨우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구도 의무 감사 대상이 약 600곳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의무 감사 대상 아파트 상당수가 감사비용이 터무니없이 높다며 반발하고 있다. 달서구 장기동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지난해까지 우리 아파트의 회계감사 비용은 2년치를 계산해도 100만원이 안 됐다"며 "그런데 올해는 당장 1년에 300만원 가까이 뛰었다"고 항의했다.
일부 대단지 아파트는 울며 겨자 먹기로 외부회계감사를 준비 중이다.
1천 가구가 넘는 서구의 모 대단지 아파트는 외부감사를 받지 않기 위한 주민 동의 받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고민 끝에 외부감사를 진행키로 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3분의 2 이상의 가구를 일일이 돌아다니며 동의를 받는다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이전보다 뛰어버린 비용을 입주민에게 청구하면 반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가 명확한 지침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파트 관리소 관계자들은 "주택법상 아파트 외부감사 의무화만 규정했을 뿐 명확한 외부감사 절차나 범위, 기준 등은 구체화되지 않아 혼선을 자초하고 있어 뚜렷한 시행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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