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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거리 버스킹 그늘…주민 "소음 스트레스"

콘서트홀 생긴 후 민원 급증…가수들 경쟁적으로 볼륨 높여

지난 4월 김광석길에서 열리는 공연 모습. 매일신문 DB
지난 4월 김광석길에서 열리는 공연 모습. 매일신문 DB

'명소는 좋지만 우리는 괴롭습니다.'

대구 중구 대봉동 김광석길이 전국적 명소로 떠오르면서 소음에 시달리는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길거리 공연인 버스킹(busking)이 김광석길 주변에서 연이어 열리면서 주변 주택이나 원룸 주민들이 소음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올 초 김광석길 한편에 둥근 무대와 좌석이 있는 콘서트홀까지 생기면서 주민들의 불평은 더욱 높아졌다.

김광석길 인근 원룸에 사는 주민 석모(53) 씨는 "공연 홀이 생긴 뒤부터 행사도 많아지고 평일에 이곳을 찾는 길거리 가수들도 많아졌다"며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곳곳에서 가수들끼리 경쟁적으로 스피커 볼륨을 높이고 노래를 불러대는 탓에 이곳 사람들은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고 했다.

주민들의 호소가 계속되자 중구청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중구청은 얼마 전 소음방출강도를 주거지역 기준인 60㏈에 맞춰 본격적으로 단속에 나섰다. 난립하는 길거리 공연을 막는 방안도 마련했다. 공연'음악 전문가인 '거리 큐레이터'를 선발해 올 연말까지 김광석 길에서 열리는 공연을 모두 조사한 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김광석길이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알려진 관광 명소가 된 만큼 길거리 공연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며 "이곳에서 열리는 버스킹의 장소, 시간대, 가수의 수준 등을 모두 분석한 뒤 예술인들의 요구 사항과 주민들의 불편을 조화시켜 공연 수준을 높일 것이다"고 했다.

구청은 거리 큐레이터 제도를 김광석길에서 먼저 실시한 뒤 동성로와 봉산문화거리 등 도심 곳곳으로 넓혀나갈 계획이다.

한편 길거리 음악 공연에 대한 별도의 규정을 마련해 예술가는 마음 놓고 공연을 펼치고 동네 주민들의 피해는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신동우 인디053 기획팀장은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도심 곳곳에 버스킹 존을 마련해 시민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연을 펼치도록 하거나 시간, 장소를 정해 공연을 할 수 있는 자격증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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