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무서운 공주들

무서운 공주들/ 린다 로드리게스 맥로비 지음/ 이봄 펴냄

공주들이 주변에 많다. 물론 100년 전 이 땅에서 조선왕실은 사라졌고 다시 복원된 적도 없으니 진짜 공주는 하나도 없다. 정확히 말해 공주병 환자들이다.

공주병 환자들의 모습은 대체로 이렇다. 말이 많고 더구나 쏘아붙이듯 하고, 자기 얘기만 하고 다른 사람 말은 끊어 먹기 일쑤다. 행동은 늘 과시적이고, 그 행동을 담는 화장과 의상도 화려하다. 이 말과 행동은 자신을 부각시켜 예쁘고 고귀하게 인식시키려는 삶의 레토릭(수사)이다. 예쁘다는 평판은 외모지상주의 시대에 더 나은 대접을 받는 혜택으로 이어진다. 고귀하다는 평판은 말장난을 조금 곁들이자면, 고! 고개를 숙이고, 귀!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주위 사람들을 무대 위의 자신을 비추는 조명으로 만들어버리는 것.

그래서 공주병이란 자신의 자존감과 그에 따르는 평가를 높게 끌어올려 삶 속에서 온갖 이익을 취하려는 욕망의 발로이고, 이게 통하면 공주로 대접받지만, 말과 행동이 서툴러 적발되면 공주병으로 찍히는 게 아닐까. 공주병은 결국 일상 속 권력에 대한 얘기를 던진다. 공주란 게 실은 왕과 왕비 그다음 어느 수준의 권력을 지닌 한 신분을 가리키는 단어가 아닌가.

이 책의 부제는 '동화 속에는 없는 진짜 공주들 이야기'다. 권력을 손에 쥐고 욕망을 마음껏 발산한 역사 속 공주들이 특히 눈에 띈다. 해적으로 활동한 알프힐드(고트왕국), 학살을 하고도 성녀가 된 올가(키예프), 섹스 파티를 즐긴 샤를로테(프로이센), 노출증 환자 폴린 보나파르트(나폴레옹제국), 사교계를 휘저은 클라라 워드(벨기에) 등 모두 30여 명. 몇몇 공주의 모습은 요즘 공주병 환자들과 닮았다. 주변을 살펴보자. 또는 거울을 바라보자. 분명 발견할 수 있다. 483쪽, 2만2천원.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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