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22시 39분(현지시각)발 시베리아횡단 937호 열차'가 블라디보스토크 역 승강장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유라시아 친선특급 참가단을 위해 마련된 특별 전세열차였다. 참가단 190명을 태운 열차는 블라디보스토크 역을 떠나 꼬박 12시간을 달려 하바롭스크 역에 도착했다. 열차는 참가단이 소화해야 할 일정을 위해 반나절 이상을 역에 머문 후 16일 오후 11시 이르쿠츠크를 향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유라시아 친선특급은 객실차 9량, 식당차 3량, 화물차 등 총 18량으로 편성됐다. 객차 내부는 크게 방과 복도로 구분돼 있다. 객차 1량마다 1호실부터 9호실까지 9개의 방이 있다. 방은 2인실과 4인실이 있는데 둘 다 너비 1.7m, 길이 2m로 크기는 동일하다. 2인실은 차창을 기준으로 양편에 침대가 하나씩 있고, 4인실에는 양편 모두 2층 침대가 놓여 있었다. 침대 사이 공간은 좁은 편이었지만 객실을 드나들거나 짐을 놓아두기에 불편한 정도는 아니었다. 참가단은 대체로 잠자리에 대해서는 합격점을 줬다. 하지만 씻는 일이 문제였다. 세면이 가능한 화장실은 여객기 기내 화장실처럼 매우 좁았다. 또 물 공급이 원활한 편은 아니어서 양치와 세수 정도로만 만족해야 했다.
식사는 메뉴를 살펴보니 조'중'석식 별로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삶은 달걀, 샐러드, 오믈렛, 소고기, 파스타 등 대체로 간단한 양식류가 주를 이룬다. 차량마다 뜨거운 물을 끊이는 기계가 있어 컵라면이나 즉석 밥 등을 준비한다면 좋을 것 같다.
열차가 출발하기 전 사회주의풍의 행진곡이 흘러나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아침 기상 및 취침 시점에 흘러나오는 품격 있는 팝송이 여정의 낭만을 더해 줬다. 침대의 삐걱거리는 소음과 이따금 쇳소리를 내는 바퀴 마찰음조차 낭만적인 여정의 일부로 느껴졌다.
블라디보스토크와 모스크바를 잇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길이는 9천288㎞다. 그러면 TSR 열차의 속도는 얼마일까. 그런데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일정을 더듬어 블라디보스토크~하바롭스크 767㎞ 거리와 실제 달린 12시간을 계산해 유추하니 시속 약 64㎞가 나왔다. 간이역에 정차한 시간을 제외하면 대략 시속 70㎞인 셈이다. 시베리아라는 거대한 대륙을 인식하기에는 속도보다는 거리의 개념이 앞서는 것이 분명한 사실인가 보다.
하바롭스크에서 시작된 차창 밖 풍경은 이르쿠츠크로 향하는 동안 변하지 않았다. 야간에는 열차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 손전등처럼 노변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을 뿐 빛 하나 보이지 않는 흑색의 풍경만 이어졌다. 주간에는 초록의 평탄한 숲과 초원이 때로는 크고 작은 호수들과 함께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시베리아횡단열차 안에서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열차 표 사는 법·유의점
러시아 철도청 홈피서 표 예매하면 수수료 '0'
지난해 한'러 비자 면제협정이 체결되면서 더 많은 관광객이 시베리아횡단열차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열차표는 여행사 또는 영문 사이트가 마련돼 있는 러시아 철도청 홈페이지(www.rzd.ru)를 통해 구입하면 된다. 홈피를 이용하면 예매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회원 가입 후 출발'도착역 및 탑승칸 등을 지정한 뒤 카드 결제를 하면 티켓을 발권받을 수 있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가 지나는 주요 도시 사이에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출발'도착 시각을 모스크바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번 유라시아 친선특급 열차에는 6인실 객차가 없지만 원래 시베리아횡단열차에는 6인실, 4인실(쿠페), 2인실(룩스)이 있다. 도난 사고에도 주의해야 한다. 객실을 잠시 비울 때 여행용 트렁크는 자물쇠 등으로 객실 내에 고정해 두는 것이 좋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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