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충제 사이다' 혼자 안 마신 할머니가 범인?

경찰·A할머니 진실공방 "범행 입증 할 증거 확보" "난 모르는 일" 혐의 부인

상주 '살충제 사이다' 사건의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로 지목, 구속영장을 신청한 A(82) 할머니의 범행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A할머니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7일 A할머니의 집 담장 밖에서 뚜껑이 없는 자양강장제 병을 발견했다. 이 병 안에서는 할머니 6명이 마신 고독성 살충제와 동일한 성분이 검출됐다.

마을회관에서 발견된 1.5ℓ 사이다 페트병에 끼워져 있던 자양강장제 뚜껑과 같은 종류의 제품이고, A할머니의 집 냉장고에서 찾아낸 자양강장제와 유통기한도 같다. 경찰은 또 압수수색을 통해 A할머니 집 뒤뜰 담장 밖에서 살충제병이 든 검은색 비닐봉지도 찾아냈다. 살충제병에는 할머니들이 마신 살충제와 같은 제품의 명칭이 적혀 있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사건 당일 A할머니가 입은 옷과 타고 다니던 전동스쿠터 손잡이에서도 범행에 사용한 살충제와 같은 성분이 검출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A할머니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A할머니는 "살충제는 내가 구입한 적이 없고, 그 농약이 뭔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것 같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A할머니 변호인 측은 경찰이 내놓은 증거와 관련 "옷 등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온 것은 사건 당일 사이다를 마신 한 할머니 입에서 거품이 나왔기 때문에 이를 A할머니가 닦아 주다가 묻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A할머니 진술이 맞는다면 경찰이 제시한 증거들이 정확하게 피의자를 지목했다고 보기도 힘들어진다. 또한 살충제병이나 자양강장제병에서 A할머니의 지문이 발견되지 않은 점도 혐의 확증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A할머니의 범행 동기가 명확하지 않고, 할머니들 간에 별다른 갈등이 없었다는 주민들 진술이 일관된 것도 경찰이 풀어야 할 숙제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추가 조사를 통해 범행 동기는 물론, 정확한 사건 경위와 명확한 증거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고도현 기자 god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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