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 단락 인문학] 스스로, 또 더불어 즐거워야 한다

지난해 10월 현대경제연구원이 경제주평을 통해 "한국이 내년이면 지구촌에서 일곱 번째로 30-50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언론들은 앞다퉈 '30-50 클럽' 가입을 통해 높은 생활수준과 함께 대외적으로 비중 있는 경제규모를 갖춘 강국 대열에 올라설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5천만 명 이상을 의미하는 '30-50 클럽'의 달성은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요?

2008년 이후부터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규모 15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인 PISA평가에서도 꾸준히 최상위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고교이수율과 대학진학률, 고등교육 이수율도 세계 최상위를 자랑하는 등 대한민국은 배울 만큼 배웠고, 경제수준도 상당히 화려한 외형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외형에 비해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은 행복하지 않은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 기관이 밝히는 행복지수는 전 연령대에 걸쳐 최하위권임을 계속 확인하며, 행복하지 못한 우리를 돌아보게 합니다. 낮은 출산율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태어난 우리 학생들은 과도한 학습노동에 시달리며 행복하지 못한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열아홉 살 고3의 입시 결과가 평생의 행복을 가늠한다는 사회적 강박증 속에서 살아갑니다. 입시경쟁에 매몰되어 살아가게 되는 우리 교육의 현실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스스로,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 이 문제를 어디에서부터 풀어가야 할까요?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의 저자인 오연호는 책 속에서 "학교가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학교가 나라를 바꿀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다음의 인터뷰 내용으로 답을 대신해 주었습니다.

"밥벌이 기술을 익히는 것보다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행복은 'have to'(~해야 한다)에서 나오지 않아요. 'like to'(~를 좋아하다)에서 나오죠. 의무적으로 뭔가를 해야 하는 것에서가 아니라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것에서 나옵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고 있어요."(덴마크의 성인용 자유학교 '뢰딩 호이스콜레'의 교장 뤼킨에린센의 말)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고 있어요'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제도의 뒷받침이 있어야 합니다. 저자는 덴마크가 이룩한 행복이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 '깨어 있는 시민'들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 교육을 통해 어떤 인생을 살지, 어떤 사회를 만들지를 묻고 '나'의 행복과 함께 '우리'의 행복을 함께 가꿔온 결과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스스로, 함께 즐겁고 행복한 사회를 위해서는 나와 당신이 어깨를 걸고 함께 걸어갈 것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안병학 송현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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