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대건고 정크 아트 미술수업 화제…4명씩 조 이뤄 배려·소통도 익혀

쓰레기의 예술적 재활용, 저절로 인성 수업도

대건고는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술 수업 시간을 활용, 정크 아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정크 아트 수업에 참가 중인 학생들 모습. 대건고 제공
대건고는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술 수업 시간을 활용, 정크 아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정크 아트 수업에 참가 중인 학생들 모습. 대건고 제공

대구 대건고등학교(교장 이두영)가 수년째 독특한 방식의 미술 수업을 진행, '예술적 감수성'과 '인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어 화제다.

대건고는 1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자원 순환 정크 아트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크 아트(Junk Art)는 일상생활에서 생긴 폐품이나 잡동사니를 소재로 작품을 만드는 미술 장르. 2013년부터 미술 담당 박종필 교사가 미술 수업 시간을 활용해 이 과정을 이끌고 있다.

박 교사는 "교육과정에 보면 현대 미술의 다양한 재료와 방법에 대해 배우는 부분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이 부분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시작한 수업"이라며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해, 배려, 소통을 배우는 등 인성 교육과도 맥이 닿아 있어 더욱 효과적인 교육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크 아트 프로젝트 수업은 크게 4개 단계로 나눠 운영된다. 4명씩 조를 짠 뒤 조별로 쓰레기의 문제점에 대해 토론하고 어떤 쓰레기를, 어떻게 활용해 무엇을 표현할지 논의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다. 이때 중요한 것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반영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게 하는 것. 조원들이 각자의 생각을 담은 스케치를 들고 발표한 뒤 의견을 모으도록 한다.

두 번째 단계는 재료 선택과 역할 분담. 혼자 이 과정을 더 빨리 해결해 나갈 수도 있지만, 서로 역할을 분담해 제작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배려하고 소통하는 자세를 익히게 한다. 갈등 조절과 리더십 익히기가 세 번째 단계다.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과 미술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학생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학생들이 한데 모여 작품을 만들고 스스로 중간평가를 해보는 과정에서 이를 배울 수 있게 한다. 마지막 단계는 완성된 작품에 대한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논술 과정이다.

박 교사는 "세 번째 단계 중 중간평가 때 학생들 스스로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사람을 뽑게 하면 성적, 인기, 힘과 관계없이 그동안 가장 헌신적이었던 학생이 선택을 받는다"며 "이 과정에서 상대를 이해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라는 것을 일깨워준다"고 했다.

학생들은 정크 아트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배운 것이 적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1학년 안지원 학생은 "함께 작품을 만든 친구들과 더 가까워지게 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했다. 1학년 권혁진 학생은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선 조원들과의 협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걸 느꼈다"며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함께 노력한 조원들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2학년 배재민 학생은 "쓰레기는 말 그대로 하찮은 존재일 수도 있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의미,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고 했다.

이 수업을 통한 결과물은 최근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 열린 '재활용으로 놀자展(전)'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학생들의 작품 17점은 전문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전시됐다.

이대희 교감은 "자원 재활용이라는 사회 문제, 현대 미술, 배려와 소통 등 다양한 지식과 가치를 배울 수 있는 융합형 수업"이라며 "이 수업의 마지막 단계인 논술 과정을 통해 자기의 생각과 활동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법까지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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