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한모(26) 씨는 평상복을 구매할 때 온라인 오픈마켓을 즐겨 이용한다. 가격이 1~3만원대로 저렴하면서도 최신 패션 동향을 따른 옷이 많기 때문. 티셔츠와 치마, 레깅스 등을 색상'종류별로 구매한 뒤 한 계절 동안 입고, 유행이 바뀌면 새 옷을 사 입는 식이다. 한 씨는 "유행이 너무 빨리 바뀐다. 싼 옷을 사서 잠시 입다가 유행이 바뀌면 처분하고 새로 사는 편이다"고 말했다.
#대구 서구 직물 업체 A사는 최근 1년 새 대(對) 중국 수출량이 3분의 1가량 줄었다. 중국 현지 주 거래처 4곳에서 "요즘 알리바바, 타오바오 등 중국 온라인 오픈마켓에서는 품질 좋은 옷보다 싼 옷이 더 인기"라며 주문량을 줄인 탓. A사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저가 의류가 강세다 보니 우리가 만들던 질 좋은 원단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오픈마켓에서 저가 의류가 인기를 끌자 대구경북 섬유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비교적 가격과 질이 높은 원단을 생산하던 지역 섬유 업계는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도 원단이 팔리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최근 몇 년 새 중국에서는 알리바바, 타오바오 등 모바일 환경을 겨냥한 오픈마켓이 최대 유통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 인터넷시장 조사기관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모바일 쇼핑시장은 9천297억위안(약 163조원)으로 전체 온라인 쇼핑시장 2조8천145억위안(약 494조원)의 약 33%를 차지했다. 지난해 중국 모바일 쇼핑시장 성장률은 무려 239.3%에 달했다.
오픈마켓 쇼핑이 유행하자 중국 내 의류 생산'소비 패턴도 크게 바뀌고 있다. 오픈마켓에 입점한 의류 업체들은 오프라인 마켓보다 저렴한 가격, 유행에 충실한 디자인을 내세운다. 소비자 또한 유행에 맞는 저가 의류를 여러 벌 구입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따라 중국 현지 봉제 업체들은 저가 원단'원사를 사들여 이를 바탕으로 싼 옷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더불어 중국이 2011년 9월부터 '목화 임시 비축 정책'에 따라 파키스탄과 인도, 인도네시아의 중'저급 면사를 대량 수입해 확보한 탓에 우리나라 섬유의 인기는 더욱 떨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3~5월 대구경북 섬유 원단 및 완제품의 대 중국 수출량은 2013년 동기(8억5천472만7천달러) 대비 11.6% 줄어든 7억5천547만2천달러다. 한국섬유마케팅센터(KTC) 한 관계자는 "중국 내 오픈마켓에서 저가 의류가 인기를 끌자 국산 섬유의 중국 수출량이 대폭 줄었다"고 말했다.
오픈마켓이 중국보다 일찍 정착한 우리나라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내 온라인 오픈마켓 및 의류 쇼핑몰은 물론 패션 중심지로 불리는 서울 동대문에서도 중국산 저가 원단으로 옷을 만들어 판매하는 의류 업체가 늘었다.
이 탓에 대구 섬유 업체들은 제품 질을 낮춰야 할지, 고가 시장 거래처를 발굴할지 고심 중이다. 품질을 낮춰 저가 의류 시장을 노리면 기업 및 제품 신뢰도가 하락할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고가 의류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에는 이미 공고히 다져진 경쟁 업체를 제치고 새로이 관계를 맺어야 해 진입에 성공할 때까지 고품질 원단의 생산성을 유지하는 일이 큰 부담이다.
한 섬유 업체 관계자는 "중'고가 의류 시장을 상대하며 마냥 버티고 있을 수만은 없어 고기능성 섬유 제조 라인을 신설하는 일도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이제 와서 전혀 다른 설비에 거액을 투자했다가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업계 동향을 지켜 보고 있다"고 했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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