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건설 현장, 나이 든 인부 '위태위태' 외국인 동료 '아슬아슬'

60대 이상 근로자 5년 새 2배…고령화로 산업재해 위험 커져

17일 오후 대구 달성군 테크노폴리스 아파트단지 건설 현장. 안전모를 눌러쓴 작업 인부 예닐곱 명이 레미콘 타설 작업을 하고 있었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는 팥죽땀이 흘러내렸는데 대부분 머리가 희끗한 고령자였다. 바로 옆 현장에서는 구릿빛 피부를 한 필리핀 작업자들이 철근을 옮기고 있었다. 현장소장 이모 씨는 "아파트 골조작업을 할 때는 현장 인원만 100~150명이 투입되는데 이 중 40~50명은 중국이나 인도 등 외국인"이라고 밝혔다.

대구 건설 경기가 전국 왕좌를 지키고 있지만, 현장마다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작업자 대부분이 50대 이상의 고령자인데다 신규 인력 유입이 없어 외국인 노동자들이 공백을 메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설현장의 노령화와 외국인 의존 현상은 장기적으로 국내 건설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현장 인력 고령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기능인력 중 40대 이상 비중은 2000년 58%에서 지난해 80%까지 올랐다. 10명 중 8명이 40대 이상 중장년층이다. 건설업의 '허리' 계층인 40대 기능공은 2009년 29만698명에서 지난해엔 28만9천463명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60대 이상은 4만6천273명에서 11만5천774명으로 5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한국고용정보원도 건설기능인력의 평균연령이 2011년 48세로 나타났다는 결과를 내놨으며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12년도 기준의 전문건설업 실태조사 분석 보고서'에서도 50대 이상 비중은 2008년 41.9%에 그쳤지만 2009년 44.2%, 2010년 48.0%에 이어 2011년 52.8%로 50%를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건설현장 고령화는 안전 문제와 직결된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근로자가 고령화되면 순발력이나 유연성이 젊은 사람보다 떨어지는 탓에 산업재해로 연결될 개연성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2005년 건설 근로자 1천 명당 산업재해 발생건수는 7.48건이던 것이 2013년에는 9.19건으로 급증했다.

대구건설협회 측은 "국내 기능인력은 해를 거듭할수록 고령화하고 있으며, 청년들의 진출이 줄면서 숙련인력마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정부의 최저가낙찰제, 실적공사비제도 등 예산절감 노력은 '저비용' 공사를 만들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기술 및 기능인력의 양성과 기술개발을 유도하지 못하는 원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근로자 수혈

청년층이 실종된 현장 공백은 외국인들이 메우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현장에서 일한 외국인은 약 26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여기에다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까지 더하면 현장 외국인 근로자는 훨씬 더 많다. 현장 반장 김모(53) 씨는 "동남아나 조선족 근로자 등은 언어적 요소에서 다소 불편한 면도 있으나 이들이 없으면 공사 자체가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건설현장에는 숙련된 한국인 노동자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공구가 있는 만큼 젊은 피 수혈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역 건설사 한 임원은 "면허를 갖고 중장비를 다루거나 섬세한 마감이 필요한 인테리어 작업, 도면을 읽고 작업을 컨트롤하는 관리자급은 외국인으로 대체하기 힘들다"고 했다. 청년들에게 건설업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고, 이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은 업계와 국가가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임상준 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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