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을 미루고 취업을 준비 중인 정유민(가명'25'여) 씨는 일주일 전부터 아르바이트(이하 알바)로 화장품매장 관리를 하고 있다.
정 씨는 올해 2월 한 대기업 쇼핑몰 영업관리직에 지원했다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정 씨는 면접에서 "우리 회사에 관심이 있으면서 매장 알바 한 번 안 해봤느냐"는 면접관의 질문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정 씨는 "높은 학점에 만점에 가까운 토익점수, 각종 대외활동 경험도 있지만 기업에서 원하는 실무 경험을 쌓지 못했던 것이 탈락 원인인 것 같아 실전 경험을 쌓으려고 매장 관리 알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학력과 학점, 영어성적 등을 보지 않겠다는 '탈(脫) 스펙화'를 내세우면서 대학생들의 방학 알바 경향도 바뀌고 있다. 단순히 학비나 생활비 마련이 목적이 아니라 취업에 필요한 실무 경험이나 경력을 쌓으려고 알바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다.
이런 경향을 반영, 이색 알바에 대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대학생 박모(28) 씨는 최근 '돌잔치, 결혼식 사회자를 모집한다'는 알바 공고문을 보고 지원했다. 대기업 영업직 취업을 꿈꾸는 박 씨는 "평소 말주변이 없고 면접에서도 항상 긴장을 한다. 알바를 하면서 많은 사람 앞에서 말하는 연습도 하고 영업직에도 적합한 직무 역량을 기르기 위해 돌잡이 알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된 알바를 찾는 대학생도 늘고 있다. 대구 달성군의 한 유원지에서는 10일부터 '수상안전요원'을 모집했지만 3일 만에 자리가 거의 다 찼다. 유원지 관계자는 "햇볕에 장시간 오래 서 있어야 하고 강한 체력이 요구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색 알바이기도 하고 취업할 때 체력을 어필할 수 있어 지원자들이 많이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기업 채용 경향이 오히려 대학생들에게 이중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권오상 영남대 취업지원팀장은 "스펙보다 관련 직무가 중시되는 추세지만 여전히 스펙을 중시하는 기업들이 많은 등 과도기적인 분위기다. 이 때문에 학생으로서는 스펙을 포기하지 못하면서 실무 경험까지 쌓아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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