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CIA와 국정원

내부 고발 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는 미 CIA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지난 2006년 12월 문을 열 때부터 그랬다. 정부나 기업, 단체의 불법 비리 등 비윤리적 행위와 관련된 비밀문서를 폭로하겠다며 나섰으니 불편했던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위키리크스는 2010년 미군 아파치 헬기에 의한 이라크 기자를 포함한 민간인 12명 사살 동영상으로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놨다. 7만6천900건에 달하는 미군의 아프간 전쟁일지를 공개해 CIA를 경악하게 하기도 했다.

그런 위키리크스를 대하는 CIA의 기본 태도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다. 'NCND'란 국가정보기관이 사실 확인을 요청받을 때 확인도 부인도 않는 애매한 태도다. 확인하자니 불법이거나 파문이 커질 수 있고, 부인하자니 제시된 증거가 너무 확연해 설득력이 약할 때 이를 내세워 보호막을 친다.

우리 국정원이 또다시 불법 해킹 및 도'감청 의혹 사건으로 코너에 몰렸다. 그 뿌리에 역시 위키리크스가 자리 잡고 있다. 위키리크스가 우리나라 국정원을 포함한 세계 35개국이 이탈리아 업체로부터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사실을 폭로했고, 우리 국회 정보위가 관련 내용을 공식적으로 확인, 공개하면서다.

정보가 알려지자 국정원은 화들짝 놀랐다. 국정원장이 국회 정보위에 직접 출석해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했다고 확인했다. 나아가 "대북 및 해외정보전을 위한 연구, 개발용으로 민간사찰은 없었다"며 한 일과 할 일까지 밝히며 결백을 호소했다. 의혹 해소를 위해서라면 해킹 프로그램 사용 내역까지 보여주겠다고 나섰다. 댓글사건으로 된통 당한 탓인지, 실제로 감출 게 많아서인지 국정원은 다급해 보인다.

미국 CIA는 늘 음모론의 한복판에 놓였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제3세계 정권의 붕괴 배후엔 CIA가 있다는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지난해 북한 인터넷의 접속 불통 사태가 빚어졌을 때도 CIA 배후설이 등장했다. 하지만 미국의 응답은 'NCND'였다. 이렇듯 CIA가 실체를 드러낸 적은 한 번도 없다.

시대가 바뀌며 CIA 역시 지난해 사이버 정보 수집을 위해 페이스북에 트위터 개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자기 소개란에 이렇게 썼다. "우리는 방어의 최전선이다. 우리는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아무도 갈 수 없는 곳에 간다."

우리 국정원에서 언제쯤 이런 자신감을 읽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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