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에서 조명도 못 켜고 라면도 못 끓여 먹나요?"
평소 아이들과 캠핑을 즐기는 정승환(37) 씨. 다음 달 강원도의 한 캠핑장으로 여름휴가를 떠나려 했지만, 계획을 바꿀까 고민하고 있다. 텐트에서 전기 사용이 금지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정 씨는 "여름이라도 밤이면 기온이 차기 때문에 아직 초등학교에도 들어가지 않은 아이들이 감기에 걸릴까봐 전기담요를 사용해왔지만 이제 전기담요 사용도 안 된다고 하니 캠핑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할 수 없이 정 씨는 캠핑 대신 펜션이나 글램핑 쪽으로 알아볼까 생각 중이다.
이동식 텐트에서 화기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다음 달 4일 시행을 앞두고 캠핑족과 캠핑업계가 들끓고 있다.
지난 3월 인천 강화도 글램핑장 화재가 발생한 이후 정부는 안전대책으로 '관광진흥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통해 야영시설에 대한 안전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문제는 개정안 중 이동식 텐트에서의 전기, 가스 등 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캠핑업계는 이런 조치가 캠핑 인구 500만 명 규모로 성장한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청도의 한 야영장 관계자는 "법안대로 전기와 가스 사용을 규제한다면 가족단위 캠핑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밤에 전기로 불을 켜고, 가스버너로 요리하는 등 화기를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에 캠핑을 하게 되면 대부분 불법을 저지르게 하는 허울뿐인 법이 된다"고 했다.
캠핑족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문화체육관광부가 6월 18일부터 7월 8일까지 국민신문고를 통해 진행한 전자공청회에서는 해당 법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이 5천792표에 달했고, 찬성은 겨우 30표에 그쳤다. 전자공청회 참가자들은 '비가 오면 밖에서 비 맞으면서 요리를 해야 하나' '캠핑을 한번이라도 가보고 법을 만들어달라' '캠핑용 전기제품, 가스제품 등에 대한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는 등 다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등 목소리를 높였다.
고정식 천막을 쓰는 '글램핑'과 '차량형 시설'은 소화기나 누전차단기 등을 설치한 뒤 전기나 가스를 사용할 수 있게 한 부분에 대해서도 불만이 나온다. 김모(45) 씨는 "야영을 하고 싶으면 텐트 대신 글램핑이나 오토캠핑을 이용하라는 말처럼 들린다. 텐트에 대해서도 적당한 안전장치나 안전교육 등으로 안전대책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대한캠핑협회 관계자는 "해당 개정안은 야영금지법이나 다름없다"며 "안전기준안을 마련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지금보다는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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