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가면 개고생.' 이런 정도의 개를 갖다 붙이는 문장은 매우 점잖은 편이고, 아이들의 모든 접두어에 개는 어김없이 등장하여 언어를 평정한다. 그중 으뜸은 '개 쩔어'로 어떤 상황을 맞이하든 '대박'이 아니면 '개 쩔어'로 양분되어, 웬만한 일이라면 다 통할 수 있는 만능어가 되어 가는 것 같다. 어른들도 이에 질세라 뻑하면 '개판'이라며 못마땅한 사실을 표현하거나 '개똥 같은 놈'이라 일갈하고 있지 않은가?
전국 일등이라고 내세울 만한 거리가 없어 대구 시민의 심기가 매우 불편한 마당에, 이왕 더운 거, 더위만은 전국 최고여야 하는데 이제는 더위 자랑마저 밀양이나 다른 도시에 빼앗겨 더욱 열 받게 되자, 화풀이 대상으로 개가 딱이라 초복, 중복을 거치며 개들의 수난은 더욱 심해지는 것 같다. 개새끼를 연신 외치며 개를 드시는 자들에게 개의 은총이.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살라고? 내가 뭘 어쨌다고요? 왜 나를 이토록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학대하시나요? 저만큼 주인을 잘 따르고 충직한 생명체를 이 지구 상에서 보신 적이 있나요? 욕하고 싶은 대상이 생기면 왜 저만 갖고 괴롭히시는지, 제발 저를 있는 그대로 보아 주세요.'
그렇다. 개는 두들겨 패야 맛있다며 강변에서 벌어지던 처참한 살육 행위는 이제 멈추었지만, 악의 축으로 보신의 대명사로 개들은 여전히 욕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정말 개만도 못한 인간들이 개를 욕하며 돈의 노예가 되어, '보이스 피싱' 사기를 치고 고리대금으로 사람 피를 말리며 일을 시키면서도 휴가는 고사하고 임금도 제때 주지 않는다.
게다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들은 개보다 어리석기 짝이 없다. 자본이라는 말 자체가 돈이 주인 된 세상이라는 말 아닌가? 그래서 개가 웃을 일을 하면서도 자신은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한 번밖에 살지 못하는 인생을 낭비하며 가까운 이들을 미워하는데 에너지를 쏟거나 돈으로 자신을 한껏 과시하는 데 모든 것을 투여한다. 마치 '나는 돈밖에 자랑할 것이 없는 불쌍한 사람이에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평생 남의 무덤을 가꾸는 사람이 있다. 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만은 내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깨달음을 얻기는커녕, 돈의 노예가 되어 살다가 허무하게 가는 이들이 있다. 어떤 사람이 100억원을 벌어 1억원도 못 쓰고 죽었단다. 그 사람이 과연 부자일까? 매일 수백 명을 먹이신다며 내가 제일 부자라고 웃으시던 무료급식소 수녀님이 생각난다.
더운 날 개가 무지 고생이다. 전망이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겉으로는 온갖 희망과 행복을 늘어놓는 통에 개들이 대신 욕을 먹고 있다. 참 의미 없다. 더운 날 짜증만 난다. 욕하고 싶은 인간들만 늘어난다. (이때 아이들은 '개 쩔어'를 외쳐댄다) 개한테 고맙고 미안하다. 다음 생에 성불하소서.
간디교육문화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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