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창] 참 어려운 북한 읽기!

1954년 대구생. 경북고
1954년 대구생. 경북고'서울대. 뉴욕부총영사. 태국 공사.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 우즈베키스탄 대사

공포 정치로 인한 탈출·망명 러시

김정은 체제 곧 무너질 것 같지만

경제 개선 효과 등 안정적 평가도

북한 분석'통일 준비 노력 더 해야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분단된 지 벌써 70년이다. 그 옛날, 600여 년의 백제-고구려-신라 삼국(三國)시대와 비교하면 오늘의 남과 북의 이국(二國)시대는 미미한 세월이라 할 것이다. 더욱이 우리는 아직까지 한 언어와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오늘의 남과 북은 체제를 달리해 오고 있기에 그간 얼마나 서로 달라졌을까? 과연 서로에 대한 이해의 간격은 또 얼마나 클까 궁금하기만 하다.

북한에서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우즈베키스탄전 4대 2 대승을 두고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가르쳐준 '빨치산식 공격 전법'을 처음부터 들이댔기 때문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또 김정은은 간부부터 전화예절을 잘 지키고 대중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하며 어린이들과 청소년 학생들도 웃어른에게 깍듯이 인사하는 언어예절 교육도 강조했다고 한다. 모름지기 이런 게 소위 김정은 영도체제가 충실히 착근(着根)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징조들로 해석되는 것인가? 남북관계는 오늘도 경색된 채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음에도 대다수의 대북 전문가들은 올해로 4년 차를 맞이한 김정은 체제를 안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면, 세계 언론은 또 어떻게 북한을 보는가?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사설에서 김정은이 이끄는 북한 정권의 갑작스런 붕괴 가능성을 언급하며, 한국 등 주변국들이 대비를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물론 "북한은 핵무기와 더불어 압제도구를 정비하고 있어 체제의 붕괴가 조만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제를 깔고는 있다. 그러나 김정은이 2013년 12월 고모부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및 그 측근들을 전격적으로 처형시키고, 또 2015년 4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까지 고사포로 처형시킨 공포정치, 그리고 줄 이은 북한 고위간부들의 탈출 및 망명 러시 등은 우리보다 서방에서 더 급박한 현실로 이해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북한이 2014년 단체, 기업소, 상점 등에 자율경영권 등 자본주의 시장경제요소를 허용하는 '5'30 조치'를 발표하고, 또 19개의 지방 경제개발구를 지정하는 등의 개혁'개방 조치를 단행한 결과, 최근 들어 북한의 경제상황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여기저기 보인다. 식량 사정도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대외교역 특히 북'중 교역의 지속적인 증가로 상품이 다량 유통되며 시장이 확산되는 등 경제가 연속 플러스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도 세 차례의 핵실험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사일 발사실험을 통하여 핵과 미사일의 결합 능력이 실전에 배치'운용될 수 있을 정도라고 만방에 고하기도 한다. 즉 핵-경제 병진노선의 확고한 추진으로 실질적인 안보 능력과 김정은의 자신감을 과시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된다.

이러고 보면 북한 읽기가 참 어렵다. 얼굴을 맞댈 정도로 지근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쏟아져 나오는 현상이나 속내라는 게 이렇게도 이해하기가 복잡하기만 하다. 최근의 공포정치로 인한 탈출'망명 러시 현상 하나만 보자면, 북한체제가 너무 불안정해서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지 않은가? 그러나 일부 경제적 개선 현상이라든지, 축구경기의 승리까지도 김정은 교화의 덕분이며, 사회예절까지 훈시하는 것을 보자면 김정은 체제하에서 보다 안정화되는 것 같지도 않은가? 그래서일까. 국내 전문가들의 북한체제에 대한 안정적 평가에도 쉽게 믿음이 가지 않을뿐더러, 또 서방 언론의 일방적인 부정적 경고에 대해서도 선뜻 귀가 열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북한 읽기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남북이 하나 되는 통일의 그날까지 어떠한 시각(視覺)에서도 북한을 분석하고 준비하는 노력에 매진해야 한다. 작은 경우의 수에 대해서도 살뜰한 사전 준비만이 미래를 보장할 것이다. 나라 안에서는 국민을 불안케 하는 사건과 사고가 연속되고 있다. 그때마다 그 준비가 숙성되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것을 본다. 이럴수록 북한을 더 뚫어보며 여척없도록 채비해야 한다. 마지막 긴박한 통일의 순간을 위해서 말이다.

전대완/계명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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