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2003 대구와 2015 광주U대회

'빛고을'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2015 하계유니버시아드(U)대회가 14일 열이틀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전 세계 140여 개국에서 1만3천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한 광주 U대회는 '저비용 고효율'로 성공적으로 개최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회를 직'간접적으로 지켜본 국내 체육인들은 지난해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과 비교해 여러 면에서 광주 U대회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체육인들은 경기장 신축을 자제하고 기존 시설을 개'보수하는 방식으로 대회를 연 점을 이구동성으로 칭찬했다. 또 한국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대회, 유스올림픽 등 국제종합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종합우승의 금자탑을 쌓는 등 경기력 측면에서도 이번 대회는 큰 성과를 냈다.

하지만 한국은 애초 목표(3위)를 초과 달성했음에도 육상, 수영 등 기초 종목에서 예전과 마찬가지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둔 한국 체육의 문제점이자 해결해야 할 숙제다. 대회 개막 전부터 국민이 많은 관심을 둔 북한 선수단과 미녀 응원단의 불참도 옥에 티이자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 대회 기간 메르스에 대한 공포와 태풍이 지나가면서 대회 운영과 진행에 차질을 주지 않을까 우려됐으나 대회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많은 예산과 인적 자원이 투입된 인천 아시안게임보다 시민들의 관심도에서 광주 U대회가 앞섰다고 볼 수 있다. 두 대회는 앞으로 국제종합대회를 유치하려는 도시에 타산지석이 될 만하다.

이번 대회는 무엇보다 12년 전에 열린 2003년 대구U대회를 떠올리게 했다. 당시 필자는 '2003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조직위원회'의 농구 담당관으로 대회 운영에 참가했는데, 대구의 무더위만큼이나 뜨거운 대회 열기를 느꼈다. 그때 체육인과 공무원, 자원봉사자 등 대구시민들은 혼연일체가 되어 대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비지땀을 흘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대구U대회는 대회 참가 선수단과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받았다.

대구 북구 동변동의 유니버시아드대회 선수촌 아파트는 대구 U대회에 참가한 선수단의 숙소로 사용됐다. 필자가 사는 이 아파트의 넓은 지하 주차장은 당시 선수단의 식당으로 이용되었으며 아파트 광장은 야외 공연장이자 만남의 장소로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우리 지역에 대구 U대회를 기념하는 시설이 너무 없다는 것이다. 그때의 흔적이라곤 대구스타디움 앞의 상징 조형물이 전부이다.

대구는 U대회 유치와 개최 당시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광주 대회 이상으로 '저비용 고효율'의 대회를 표방, 단 하나의 경기장도 신축하지 않고 일부 시설의 리모델링으로 대회를 준비했다. 이 때문에 대구는 서울(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올림픽), 부산(2002년 아시안게임), 인천(2014년 아시안게임)과 달리 국제종합대회 개최를 통한 스포츠 시설 확충에 실패했고, 현 시점에서 스포츠 인프라가 형편없는 도시로 남아 있다. 대구의 스포츠 시설은 너무 노후화되고 태부족해 인천, 광주 등과 비교하면 지역 체육인의 한 사람으로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시민의 행복 추구 요소 중 하나가 체육 시설이다. 체육 시설이 있어야 시민들이 건강한 생활을 도모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민선 6기'를 이끄는 권영진 대구시장이 역대 어느 시장보다 체육 시설 확충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가 전문체육, 생활체육, 장애인체육을 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체육 시설을 확충해주길 바라며 최근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양효석/대구시체육회 전무이사協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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