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사기성 경품행사에 들러리 선 대형마트들

이마트'롯데마트 매장에서 자동차 등을 내건 보험사의 경품행사가 사실상 '개인정보 수집'을 위한 사기극에 불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자동차나 대형 TV 등 경품은 경품 대행업체와 마트 직원 등이 짜고 '당첨자 바꿔치기' 수법으로 빼돌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품행사에 응모했던 수백만 응모자는 경품 당첨 기회는 얻지 못하고 개인정보만 털린 셈이다.

이는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이 경품 사기극을 벌인 경품대행업체 대표와 이마트 전 직원 등 5명을 구속하면서 드러났다. 이들은 2012, 2013년 2년에 걸쳐 보험사 3곳의 이마트 지점 경품행사를 대행하면서 당첨자를 바꿔치기했다. 이를 통해 자동차 26대와 상품권, 해외여행권 등 4억4천만원 상당의 경품을 빼돌렸다. 바꿔치기한 경품은 거래업체 대표나 가족'지인 등의 몫이 됐다. 일반 응모객이 가져간 경품은 적었고 경품행사를 빙자해 수집한 개인정보는 489만 건이나 됐다.

대형마트들은 단순히 보험사에 매장을 빌려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어물쩍 넘어갈 일은 아니다. 두 업체는 자릿세 명목으로 보험사로부터 수억원씩을 받았다. 이마트의 경우 직원이 범행을 알고도 묵인하고 오히려 경품을 챙겨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구속되기까지 했다. 고객이 경품행사에 응모하는 것은 대형마트의 신뢰성을 보고 하는 것이지, 보험사를 보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합수단은 지난 2월엔 경품 승용차를 직원이 빼돌리고 개인 신상정보를 팔아먹은 홈플러스 비리를 적발한 바 있다. 결국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3대 대형 소매업체들이 한결같이 '경품'을 미끼로 소비자를 우롱해온 셈이다. 소비자들은 늘 경품에 응모하면서도 과연 공정하게 추첨을 할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기 마련이다. 이때 소비자들이 위안으로 삼는 것은 '대기업이 설마' 하는 신뢰감이다.

잇따른 경품 사기 사건으로 대형마트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돌려줘야 하는 것은 매장을 빌려 경품행사를 진행한 보험사가 아니다. 매장이 아닌 고객의 신뢰를 빌려줬던 대형마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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