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격적인 대구'구미 방문이 지역 신산업 육성의 계기가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90년대 초 삼성상용차 퇴출 이후 냉랭한 관계를 이어온 지역과 삼성이 지난해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을 발판삼아 동반자 관계를 회복 중인 가운데, 이 부회장의 이번 방문을 대구시'경북도'삼성이 함께 지역 미래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는 호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구시, 신재생 에너지 및 벤처 창업 지원 제안
이 부회장은 권영진 대구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지역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힘을 보탤 뜻을 전달했다.
권 시장이 "삼성의 기존 국내 사업장을 대구로 옮겨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삼성이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추진하는 물, 환경, 연료전지, 의료기기, 전기자동차 등의 분야 중에 대구에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사업이 있다면 관심을 가져달라"고 제안했고, 이 부회장은 공감을 나타내면서 "관심을 갖고 챙겨보겠다"고 화답했다고 시 관계자는 전했다.
대구가 삼성과 함께 추진할 수 있는 분야 중에는 연료전지, 에너지 저장장치(ESS) 등 '스마트 그리드' 산업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연료전지는 수소를 공기 중 산소와 화학 반응시켜 전기를 만드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삼성그룹 내에서는 삼성SDI가 연료전지 사업을 맡고 있다.
대구시는 이미 2013년 말 '신재생 에너지 집적시설에 대한 중장기 계획' 용역을 실시, 스마트 그리드 산업 육성에 대한 장기 비전을 세워 놓은 상태다. 스마트 그리드 산업의 시범 사업지로는 조성 중인 대구국가산업단지가 떠오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스마트 그리드 기술을 접목해 대구국가산단을 국내 최초의 100% 에너지 자족공단으로 만들 계획"이라며 "얼마 전 삼성SDI 측에 이 사업에 대한 동참을 제안했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삼성이 참여하는 연료전지 연구'생산 공장 등 스마트 그리드 시설을 대구국가산단에 유치하자는 안도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대구를 벤처 창업의 허브도시로 육성하자는 제안에도 동감을 표했다.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해 9월 전국 최초로 확대출범식을 가진 이후 창업 기업 보육과 벤처 투자 지원 등에서 발 빠른 성과를 내고 있다.
권 시장이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정권을 떠나서 지속돼야 한다. 특히 대구를 창조경제'벤처창업의 메카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삼성의 지원이 필요하다. 고용창출, 투자유치 등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하자, 이 부회장은 공감을 나타내며 "우리가 더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더 관심을 갖겠다"고 화답했다고 시는 설명했다.
◆경북도, 스마트 팩토리'차세대 웨어러블 디바이스 산업 지원 제안
이 부회장은 경북도가 추진하는 핵심사업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이 부회장은 구미에 있는 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면담을 통해 경북도의 핵심사업에 대해 적극 지원 의사를 나타냈다고 경북도 관계자가 밝혔다.
이날 경북도가 이 부회장에 지원 요청 의사를 밝힌 분야는 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스마트 팩토리' 사업을 비롯해 차세대 웨어러블(wearable) 디바이스, 헬스케어 사업, 전통문화(종가) 및 농업분야 사업화 등이다.
이날 이 부회장과 김 도지사 간의 비공개 간담회에 배석한 김학홍 경북도 창조경제산업실장은 "특히 스마트 팩토리 사업과 차세대 디바이스 생산거점 육성사업에 대한 중점적인 협의가 이루어졌다"면서 "애초 만남 시간을 훨씬 넘긴 1시간 10분가량 면담이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이 부회장은 김 도지사의 제안에 대해 흡족하게 반응했고 적극적으로 돕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경북 창조경제센터의 핵심사업인 스마트 팩토리 사업은 삼성의 기술, 노하우 전수와 자금 지원을 통해 경북도내 중소기업의 제조혁신을 유도하는 사업이다.
또 경북도가 차세대 신산업으로 꼽고 육성 중인 차세대 웨어러블 디바이스 산업은 향후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신기술 분야다.
현재 구미에는 모바일 인프라는 잘 갖춰져 있으나, 웨어러블 디바이스 분야는 부족해 이날 도가 삼성에 '차세대 웨어러블 디바이스 R&BD 허브' 조성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특히 이날 김 도지사는 "경주의 양성자가속기와 포항의 방사성가속기는 삼성이 현재 신산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 헬스 분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삼성이 경북을 잘 활용했으면 한다"고 제안했고, 이 부회장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고 경북도는 설명했다.
최병고 기자 cbg@msnet.co.kr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스마트 그리드 산업=기존의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이다.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는 전력 사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탄력적으로 공급량과 소비량을 조절할 수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연료전지 등은 스마트 그리드의 핵심 분야다.
※스마트 팩토리'웨어러블 디바이스 산업=스마트 팩토리 사업은 경북도가 지역 중소기업의 제조혁신을 실현하고자 추진하는 사업이다. 경북도는 올해 100개, 2017년 400개, 2020년까지 500개 기업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스마트 안경'시계 등 착용하는 컴퓨터로, 향후 생체이식형으로 발전 가능성이 점쳐지는 유망 산업이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 "24일 오후 9시, 한미 2+2 통상협의…초당적 협의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