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맥 인기는 높아지지만 불편은 그대로, 시민 의식은 실종'.
'2015 치맥페스티벌'이 개막식인 22일 하루에만 15만 명이 찾는 등 성공적인 출발을 했지만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곳곳에 나뒹구는 쓰레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2일 오후 9시 두류야구장. 치킨업체 부스 앞에는 대기 줄이 없는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 부스 안쪽 주방에서는 계속해서 닭을 튀겨내고 있었지만, 몰려드는 사람들에 줄은 길어지기만 했다.
20여 명이 서 있는 줄 가운데에 한 여성이 슬쩍 끼어들자 사람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급기야 뒤쪽에 서 있던 남성이 "새치기하지 마라"며 언성을 높였고 이 여성은 "지나가려던 것"이라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행사를 찾은 장진규(37) 씨는 "도착한 지 30분이 지났는데 맥주 외에는 아무것도 먹질 못했다. 좋은 기분으로 왔는데 날이 덥다 보니 얼른 집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했다.
식중독 우려와 치킨 맛 때문에 치킨을 미리 만들어 판매할 수 없다 보니 사람들이 몰리면 그만큼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구시는 2차례의 치맥페스티벌을 치르면서 치킨 구매 대기시간이 길다는 항의가 이어지자 거스름돈을 거슬러 주는 시간이라도 줄이고자 쿠폰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쿠폰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여전히 대기시간은 줄지 않았다.
긴 대기 줄은 화장실 앞에서도 재현됐다. 페스티벌 현장에는 기존 화장실 7개 소와 간이 화장실 3개 소 등 10곳의 화장실이 만들어졌지만 15만 명이 몰린 인파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최모 씨는 "간이화장실이 스마트 화장실이라고 해서 에어컨은 빵빵하게 나오는데 변기가 막혀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화장실이 부족한데 고장 관리도 신속하게 해야 할 것 아니냐"고 했다.
대구 대표 축제에서 실종된 시민 의식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치킨이나 맥주업체 부스에 설치된 테이블과 의자가 부족해 상당수 시민은 두류야구장 둘레에 조성된 계단식 응원석에서 치킨을 먹고 페스티벌 분위기를 즐겼다. 하지만 이들이 떠난 자리에는 맥주 캔과 치킨 상자, 남은 음식 등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나뒹굴었다. 아이와 함께 왔다는 조선영(33'여) 씨는 "옆에 앉아있던 젊은 남녀가 쓰레기를 고스란히 남겨두고 가는 모습을 봤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민망했다"고 말했다.
한편, 치맥페스티벌은 개막일인 22일 순간 최대 인원이 6만 명을 기록하는 등 흥행몰이에 성공하고 있어 주최 측은 장맛비가 내리지 않으면 목표 인원인 80만 명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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