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교가, 힘차게 불러봅시다."
23일 오전 11시 대구 북구 노원동 삼영초등학교. 종업식을 앞두고 각 교실에서 우렁찬 교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날 교가 제창은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졸업생이 2만 명이나 되는 이 학교가 학생 수 감소로 휴교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2층에 있는 1학년 1반. 1학년이라고는 이 반에 있는 학생 9명이 전부다. 입학한 지 한 학기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제 헤어짐을 앞두고 있다. 20여 분에 걸친 종업식 방송이 끝나자 선생님은 학생들을 한 명씩 안아주며 서운한 마음을 달랬다. "학교가 공장 되는 거예요?"라며 장난스럽게 묻던 학생도 선생님 품에 안기자 이내 숙연해졌다. "앞으로도 건강해야 한다"며 귓가에 대고 속삭이자 아이들도 두 팔로 선생님을 꼭 껴안았다.
삼영초교는 전교생이 56명뿐이다. 학생 수 감소로 9월 1일 자로 휴교에 들어간다. 1953년 대구노곡국민학교로 개교해 1973년 삼영국민학교(삼영초교)로 교명을 바꾸었고 졸업생만 1만9천447명을 배출한 전통 있는 학교다. 3공단 한가운데 있어 1980년대에만 해도 80학급에 4천600명의 학생이 다녔을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했지만 3공단이 쇠퇴하면서 학생 수 감소로 휴교를 앞둔 것이다. 학생들은 새 학기부터 인근 4개 초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2018년 북구 금호지구에 '삼영초등학교'라는 교명으로 다시 문을 열 예정이다.
6학년 학생들이 유독 슬픔에 잠겼다. 정윤희 담임 선생님은 교실에서 아이들과 둥글게 손을 맞잡았다. 선생님은 "삼영초교에서 그동안 잘 자라줘서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돌아가며 덕담을 나눌 차례가 되자, 학생 한 명이 울음을 터뜨렸다. 친구들은 서로 어깨를 두드리며 "새 학교에서는 지각하지 말고 잘 울지도 말고 씩씩하게 지내"라며 인사를 주고받기도 했다. 선생님을 향해서는 "꼭 야구선수가 돼 선생님을 찾겠다"며 웃음 짓는 학생도 있었다.
오후 1시 학생들은 앞으로 영영 닫혀 있을 교문을 나서 마지막 하굣길을 걸었다. 선생님들이 일렬로 줄을 서 배웅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 이름을 하나씩 불러주며 앞날을 응원했다. 선생님들은 손수건으로 마르지 않는 눈물을 닦았고 아이들도 선생님 품을 오래도록 떠나지 못했다. 장혜인(10) 양은 "계속 학교에 다니고 싶었는데 선생님과 헤어지게 돼서 너무 슬프다"며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현상환 삼영초교 교장은 "작은 학교라 더욱 애착이 갔고 학생들과도 가족같이 지낸 학교였다. 아이들이 슬퍼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지만 어디서든 삼영초교 가족들을 힘껏 응원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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