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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두호동 롯데마트 입점 논쟁 '경주 사례' 곱씹어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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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충효동 홈플러스 입점 상인들이 막아, 대기업 물리친 첫 사례

대형마트는 지역상권에 얼마만큼 독이 될까? 최근 포항'경주 등 각 지역마다 대형마트 입점을 두고 주민 간의 찬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며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포항 두호동 롯데마트 건립을 놓고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에 앞서 불거진 경주 충효동 홈플러스 건립 논란은 참고할 만한 사례가 되고 있다.

지난 2012년 11월 홈플러스는 경주 충효동에 연면적 2만3천157㎡ 규모의 대형마트 건축을 신청했다. 기존 홈플러스 용강동 1호점에 비해 약 6배나 큰, 경주 최대 규모였다. 상인들은 즉각 반발했고, 당시 시청과 경주역 앞에서 연일 입점 반대 궐기대회를 열었다. 그러자 지주들과 일부 시민들은 오히려 상인들을 비방하며 입점을 촉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주민 간의 갈등이 거세지자 지난해 경주시는 한국경제기획연구원에 의뢰해 '대형마트 입점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용역을 벌였다. 용역 결과에 따르면 홈플러스 충효점의 예상 매출액은 약 813억원. 2013년 기준으로 경주시 도소매업종 총 생산액의 15%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를 기초로 산정한 홈플러스 충효점의 경주지역 도소매업종의 시장 잠식액은 무려 58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경제기획연구원은 "홈플러스 충효점 입점 후 경주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 점포 4천625개(2013년 경주시 통계연보 기준)의 약 10.8%에 달하는 499개의 점포가 3년 내 폐점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대형유통망의 성장은 상품가격의 인하와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반대로 지역 기여도는 비교적 낮은 편이라 지역경제 순환에 악영향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경주 홈플러스 충효점 입점 저지 투쟁에서는 상인들이 순전히 자기들만의 힘으로 승리를 거뒀다. 지난 3월 경주시가 홈플러스 충효점 건축 예정지를 공개매각하는 과정에서 한 상인이 예정지 한가운데의 701㎡ 토지를 '알박기' 형식으로 구매해 건립 계획 자체가 무산됐다. 우유부단한 지방자치단체를 믿지 못한 지역 상인들이 단합해 대기업의 공세를 물리친 최초의 사례다.

경주상인보호위원회 심정보 위원장은 "주민들의 편의를 생각하면 죄송하지만, 이웃의 영세상인들이 무너지면 지역경제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음을 이해해줬으면 한다"며 "지자체가 겉으로는 지역상권을 보호한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관련 법 운운하며 소란이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는 무책임한 태도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경주 이채수 기자 cslee@msnet.co.kr 포항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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