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본주의는 악의 뿌리? 탐욕에 가려진 '富의 미덕'…돈, 탐욕, 神

제이 리처즈 지음/ 송대원 옮김/ 도서출판 따님 펴냄

자본주의는 '사회악'인가, 아니면 최소한 '필요악'일까. 우리는 흔히 온갖 사회문제들의 근본 원인을 자본주의 탓이라고 이야기한다. 크리스천인 저자도 한때 자본주의를 미워했다. 1980년대 대학생으로서 돈에 관한 그리스도의 많은 가르침과 미국인들 삶의 천박한 물질만능주의 사이에서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성경을 읽을 때면, 자본주의자를 힐난하는 구절로 가득 찬 것 같았다"고 저자는 술회한다.

"너희가 하느님과 재물을 아울러 섬길 수 없다."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 나가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

"재물을 땅에 쌓아두지 마라. 땅에서는 좀먹거나 녹이 슬어 못쓰게 되며 도둑이 뚫고 들어와 훔쳐간다. 그러므로 재물을 하늘에 쌓아 두어라. 거기서는 좀먹거나 녹슬어 못쓰게 되는 일이 없고 도둑이 뚫고 들어와 훔쳐가지도 못한다. 너희의 재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도 있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뿌리이다." 등의 구절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수익을 늘리라는 직장 상사와 주주들의 압력, 마냥 달릴 것 같은 상대에게 뒤지지 않으려는 필사의 질주, 지역사회를 사람 살기 어려운 곳으로 만드는 공장들, 도시와 전원의 경관을 해치는 흉물스러운 광고판들, 갈수록 교묘한 방식으로 우리를 유혹해서 누구에게도 필요 없는 허접한 것들을 사도록 하는 광고회사들, 멀쩡한 컴퓨터와 냉장고로 산더미를 이룬 쓰레기 처리장 등등. 이런 것들은 고고한 사회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자본주의의 부정적 모습으로 비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탐욕'을 토대로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것이 자본주의에 대한 비난 중 대표적인 것이다. 1986년 월스트리트의 악명 높은 투자자 이반 보스키는 버클리의 캘리포니아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탐욕은 좋다. 나는 탐욕이 건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얼마든지 탐욕스러울 수 있고, 또 그런 자신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설파했다. 현대 경제학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는 탐욕의 다른 이름일 수 있는 '이익추구'를 정당화 했다.

그런데 저자는 탐욕스러운 사업가는 부르주아라고 불릴 자격도 없는 인물이며, "자본주의 전형이 아니라 정반대의 존재"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현대 자본주의는 많은 미덕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기업가가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본을 축적해야 한다. 따라서 향락주의자와 달리, 기업가는 자기 부의 대부분을 소비하지 않고 챙겨둔다. 하지만 수전노나 겁쟁이와 달리, 모은 것을 감춰두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위험에 내맡긴다. 회의론자와 달리, 그는 자신의 이웃과 파트너, 사회, 고용인, 그리고 '우주의 보상 논리'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다.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들과 달리, 다른 사람들의 필요와 욕구를 생각한다. 충동적인 사람들과 달리, 그는 언제나 선택에 신중하다. 틀에 박힌 이들과 달리,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원의 새로운 창조와 결합 방법을 스스로 찾는다. 결국 탐욕이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미덕들이 자본주의의 진짜 토대이다.

저자는 현대 사회들이 부닥친 어려운 문제를 풀려면, 경제적인 사실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자본주의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가장 먼저 우리의 생각을 흐리게 만드는 뿌연 안개를 걷어내라고 권고한다. 자본주의의 본 모습을 흐리게 만드는 뿌연 안개는 '니르바나의 신화' '자기만족의 신화' '제로섬 게임의 신화' '유물론자의 신화' '탐욕의 신화' '고리대금의 신화' '예술 애호가의 신화' '스톱모션의 신화' 등이다.

신화의 허구성을 하나하나 파헤쳐가면서 저자는 "이러한 신화의 허구성을 밝히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것들이 근거 없는 믿음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생활에서 잊는 것 또한 매우 쉽다"고 지적한다.

저자 제이 리처즈는 미국 프린스턴신학교에서 신학'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유수의 민간 싱크탱크인 IFWE(Institute for Faith, Work, and Economics)와 Discovery Institute의 연구위원으로 일하면서, 으로 템플턴상을 받았다. 328쪽, 1만3천500원.

석민 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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