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잡 셰어

경북대 고고인류학과·경북대 대학원 영문학 석사
경북대 고고인류학과·경북대 대학원 영문학 석사

노동 분배율이라는 개념이 있다. 노동 부가가치의 비율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이게 뭐냐면 국내총생산(GDP)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율, 즉 쉽게 말해 한 국가에서 1년간 지불된 모든 임금을 다 합산한 것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라 보면 된다. 딱 들어봐도 알겠지만 선진국일수록 이 비율은 높아진다. 고급 인력이 많고,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요즘 '헬조선'이라고까지 불리는 한국은 이 노동 분배율이 어느 정도일까? 언뜻 생각해보면 최악의 수준일 것 같다. 국가와 지자체는 공무원들 박봉으로 굴리고, 기업은 일만 부려 먹고 돈은 쥐꼬리만큼만 주고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아니란다. 한국의 노동 분배율은 일본과 단 1%밖에 차이가 나질 않는단다. 확실히 일본과 우리의 엄연한 인적, 기술적 격차를 생각하면 한국 전체에서 매년 인건비로 지불되는 금액의 총합은 분명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다.

그럼 왜 '헬조선'인가? 왜 한국은 자살률이 가장 높고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가 되었는가? 왜 청년들은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가? 이유는 딱 하나밖에 없다. 우리 국가가 낼 수 있는 '한정된' 노동 부가가치가 일부에게 편중된 탓이다.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10% 내외에 불과하다. 노조 조직률이 너무 낮다는 것도 문제지만, 노조원들이 다른 노동자들보다 월등한 근로조건을 배타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분명 문제다. 요즘은 심지어 진보 지식인들조차 가산임금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왜냐하면 한국의 노조원들은 단체교섭 시 잔업을 줄여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잔업은 우리가 얼마든지 더 할 테니 절대 사람 더 뽑지 말라고 주장하고 있다지 않은가?

뒤에 들어오는 노동자들을 죄다 비정규직으로 몰아버린 책임의 일부가 오늘날의 정규직 노조에 있음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취업규칙이든, 단체협약이든 앞으로 들어오는 노동자들에게는 적용을 하지 말자는 독소조항을 슬며시 수용해 버렸기 때문이다.

일자리 자체가 성역화되는 것도 문제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있다면 그 일자리는 진입이 아주 쉬워져야 정상이다. 그렇게 되면 한 직업이 담당할 일이 자연히 줄어들면서 받게 되는 임금도 줄어들 것이다. 이 진입이 일정기간 일어나면 그 인기 직업은 더 이상 매력적인 직업이 아니게 되어 버린다. 이 돈 받고 이 일 하느니 차라리 딴 걸 하겠다는 녀석들이 나오는 것이다. 이것은 시장경제의 기본이다. 그런데 한국의 노동시장에서는 항상 반대의 결과가 나온다. 선호하는 일자리는 더더욱 성역이 되어서 억대 연봉은 '일자리 로또'가 되어버리고, 나머지는 소위 좋은 직장에 비해 임금이 2분의 1, 3분의 1에 불과한 지경이 되어 있는 것이다. 왜 중소기업에 가지 않느냐는 어르신들의 일갈에 청년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중소기업에서 20년 벌 돈을 대기업에서 10년에 벌어요. 7, 8년 노력해서라도 대기업 가는 게 유리해요."

'잡 셰어'는 이제 시대적 요구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최경환은 그것을 '중규직'이라 이야기했고, 손학규는 그것을 '저녁이 있는 삶'이라 이야기했다. 심지어 노회찬도 하나 마나 한 구호인 '비정규직 철폐'보다는 '일자리 나누기'가 더 중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한다. 만약 보수와 개혁, 진보가 똑같은 말을 표현만 다르게 하고 있다면 망설일 이유가 무엇인가? 그러니 제발 이번 노동개혁에서 여야는 정쟁을 넘어선 진정성을 가지고 꼭 필요한 노동 부가가치 나누기를 이끌어 내주기를 바란다. 우리 세대(지금의 30대)는 이미 글러 먹었다 치더라도, 지금의 20대 녀석들부터라도 '헬조선'이라는 자조에서 벗어나 다들 좀 비슷하게 벌어 먹고살아야 하질 않겠나?

박지형/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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