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셀프 디스(self dis)

요즘처럼 시시각각 신조어(新造語)가 쏟아져 나오는 현실을 중'장년층은 따라잡기 어렵다. 'dis'란 신종 영어단어도 그렇다. 이 단어는 respect(존경)의 반대인 disrespect(무례)의 줄임말로 상대방의 허물을 공개적으로 공격해 망신을 주는 것을 뜻한다. 이것이 힙합의 하위문화에서 비롯된 말이라는 것을 아는 중'장년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 유래는 1990년대 미국 동부와 서부의 힙합 가수들이 서로를 비난한 '디스전(戰)'이다. 미국의 여러 도시는 토박이들에게 자존심, 나쁘게는 근거 없는 자부심을 갖게 하는 '지역감정'이 뿌리깊다. 이런 감정은 가끔 각 도시 토박이 간의 폭력 사태로 발전하기도 하는데 힙합 뮤지션들도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이런 배경에서 생겨난 '디스전' 중 가장 유명한 것이 1996년 서부의 '투팍'(2Pac), 동부의 '노토리어스 바이지'(Notorious B.I.G) 간의 대결이다. 이들은 가사뿐만 아니라 각종 인터뷰를 통해 온갖 모욕적 단어를 동원해 상대를 비난했다. 이 싸움은 두 래퍼의 측근 래퍼는 물론 두 지역을 대표하는 많은 래퍼들의 가세로 동부 힙합과 서부 힙합 전체의 대결로 번지면서 절정으로 치달았으나, 1996년 9월 투팍이, 1997년 3월 노토리어스 바이지가 각각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총을 맞고 사망하면서 막을 내렸다.

이렇게 탄생한 디스는 2000년대 들어 힙합계 밖으로 영역을 넓혀 이젠 상대를 폄하하는 말이나 행동을 일컫는 일반적인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신의 과오와 치부를 드러내거나 깎아내리는 것을 일컫는 '셀프 디스'(self dis), 상대방의 디스를 맞받아친다는 뜻의 '맞디스'라는 말도 생겼다.

새정치민주연합 계파 갈등 이후 '불편한 관계가 된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의원이 당 홈페이지에 셀프 디스 글을 올려 화제다. 문 대표는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했고, 박 의원은 "호남 호남 해서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당의 새 홍보위원장으로 영입된 손혜원 크로스포인트 대표의 첫 작품으로 앞으로도 의원 100여 명이 여기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땅에 떨어진 지지율 만회를 위한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관건은 국민이 이를 진솔한 '자아비판'으로 받아들이느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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